금값 30% 단기간 폭등, 무엇이 이런 급등을 만들었나

세계 금융시장에서 금값이 사상 초유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온스당 3,700달러에 육박하며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금값은 투자자들과 전문가들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30%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한 이번 랠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 모멘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연말 4,000달러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급등하는 금값, 구체적 수치로 살펴보는 상승폭

2025년 들어 금값 상승세는 가히 폭발적입니다. 3월 온스당 3,200달러였던 국제 금가격은 9월 현재 3,600달러를 넘어서며 약 12% 상승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2024년부터의 누적 상승률입니다. 2024년 초 온스당 약 2,022달러에서 출발한 금값은 현재까지 약 8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시장 역시 이러한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KRX)의 금 현물가격은 1킬로그램당 167만 7,400원으로 올해 2월 14일 이후 약 7개월 만에 전고점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KRX금시장의 거래량이 1,093킬로그램으로 2014년 시장 개설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보여줍니다.

달러 약세가 불러온 나비효과

금값 급등의 첫 번째 핵심 요인은 미국 달러의 약세입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9월 16~17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유력시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0.50%포인트의 ‘빅컷’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달러 약세는 금 투자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금이 달러로 거래되는 특성상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금을 구매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기 때문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의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금은 달러를 보완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달러의 매력도도 떨어져 보완재로서 금이 더 주목받는 분위기”라고 분석했습니다.

중앙은행들의 전략적 매수가 시장을 움직인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증가세도 가격 상승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금협회(WGC) 데이터에 따르면, 2015~2019년 연평균 130톤이었던 중앙은행의 금 보유 순증 규모가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연평균 260톤으로 2배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지정학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미국 달러 자산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국을 포함한 10개국이 대미 관계 악화 이후 금 보유량을 늘린 것은 금을 전략적 자산으로 보유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도이체방크의 마이클 쉬에 애널리스트는 “중앙은행의 금 수요 증가와 보석 수요 감소로 인해 금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하며, 이러한 구조적 변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이 만든 완벽한 폭풍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급등했으며, 비록 최근 들어 다소 진정되었지만 여전히 목표치를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으며, 실질금리가 낮아질수록 금의 매력도가 높아지는 특성을 보입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위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 미중 무역 분쟁의 재점화 가능성 등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금과 같은 안전자산을 찾게 만들고 있습니다.

채권시장 변동성이 금의 매력을 높이다

기존에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던 미국 국채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금값 상승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부채 증가로 인해 장기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으며, 3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은 달러나 채권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커진 채권시장과 달리 금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습니다.

투자자금 유입 급증, ETF 시장이 말해주는 것

개인 투자자들의 금 투자 열기도 뜨겁습니다. 국내 상장 금 관련 ETF 9개의 순자산 총액이 2조 3,090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5.8% 증가했습니다. 특히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 금현물’의 순자산이 1조 5,272억 원에 달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집중되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글로벌 금 ETF인 ‘GLDM(SPDR Gold MiniShares Trust)’에는 최근 1주 사이에만 18억 달러(약 2조 5천억 원)가 유입되었습니다. 이는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까지 금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금값의 미래

주요 투자은행들의 금값 전망은 한결같이 강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말 금값이 온스당 3,700달러, 2026년 중반에는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JP모건 역시 2025년 4분기까지 온스당 평균 3,675달러에 이르고, 2026년에는 4,0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더욱 공격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에이미 고워 금속 전략 책임자는 연내 온스당 3,4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하며,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매수와 투자 수요 증가를 주요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국내 전문가들도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의 황병진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올 연말, 내년 상반기에는 금 가격이 4,00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주의해야 할 리스크 요인들

금값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주의해야 할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첫째, 연준의 금리 정책 변화입니다. 만약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거나 인플레이션이 재점화될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져 금값 상승을 제약할 수 있습니다.

둘째, 지정학적 리스크의 완화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제 분쟁들이 평화적으로 해결될 경우,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며 금값이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셋째, 중국 등 주요 경제국의 경기 회복입니다. 세계 경제가 안정세를 찾을 경우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금에서 자금이 이탈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금 투자 전략

현재와 같은 금값 상승기에는 신중한 투자 접근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의 5~10% 수준에서 금 투자 비중을 유지할 것을 권장합니다. 급격한 가격 변동에 대비해 분할 매수 전략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투자 방법 선택도 중요합니다. 실물 금, 금 ETF, 금 관련 주식 등 다양한 옵션이 있으며,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물 금은 보관비용이 들지만 가장 직접적인 투자 방법이며, ETF는 유동성이 높아 거래가 편리합니다. 금 관련 주식은 금값 상승 시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변동성도 그만큼 큽니다.

다른 원자재에 미치는 파급효과

금값 상승세는 다른 귀금속과 원자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은 가격은 올해 들어 40.5% 상승했으며, 팔라듐은 22.2%, 구리는 12.9% 올랐습니다. 이는 금값 상승률인 37.2%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은의 경우 산업용 수요가 강해 금과는 다른 매력을 제공합니다. 스마트폰, 태양광 패널, 전기자동차 등에서 은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어 투자 수요와 산업 수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습니다. MB 커머더티 캐피털의 말리하 벵갈리 CEO는 2025년 은 가격이 30%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결론: 새로운 시대의 안전자산으로 자리잡은 금

현재의 금값 급등은 단순한 투기적 움직임이 아닙니다. 달러 약세, 중앙은행의 전략적 매수, 지정학적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우려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려 만들어낸 구조적 변화의 결과입니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달러와 채권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금은 21세기 새로운 안전자산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연말까지 4,000달러 돌파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다만 급격한 가격 상승만큼 변동성도 클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적절한 비중으로 금 투자를 고려하되,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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