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살몬 개인전 토마토씨와 무른 부스러기들: 내면과 외면을 통합하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도

현대미술계에서 신체와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성살몬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 ‘토마토씨와 무른 부스러기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전시는 토마토의 껍질과 과육이라는 독특한 메타포를 통해 겉과 속의 이중성을 탐구하며, 현대인의 내면적 갈등과 회복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작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는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유영공간에서 진행되었으며,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인 우유부단함, 결핍, 트라우마라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토마토 메타포로 풀어낸 내외적 통합의 미학

성살몬 작가가 선택한 토마토라는 소재는 단순한 시각적 장치를 넘어선 철학적 함의를 담고 있다. 작가는 “겉과 속이 같은 토마토로 자라고 싶다”는 작가노트를 통해 자신의 작업 의도를 명확히 밝혔다. 이는 현대인이 겪는 내면과 외면의 괴리감,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표현이다.

토마토의 껍질과 과육이 지닌 특성은 작품 전반에 걸쳐 시각적 재현보다는 개념적 모티프로 활용된다. 겉과 속이라는 대조적 성질을 바탕으로 한 이러한 접근은 작가만의 독특한 시각 언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신체적 트라우마와 회복의 서사

전시의 주요 작품들은 모두 신체를 감싸는 일상적 오브제들을 통해 인간의 실존적 조건을 탐구한다. 이불과 양말이라는 소재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공간에서 우리 몸을 보호하고 감싸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외부 세계와 자아 사이의 경계를 형성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

특히 <이끼밡> 시리즈(2022)에서 발가락 형상의 오브제들이 벽면을 뒤덮듯 배치된 모습은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양말 속에 감춰져 있어야 할 발가락들이 공간 속으로 나와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작가가 말하는 신체적 트라우마를 넘어선 새로운 정체성 부여의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일상의 불쾌함에서 회복으로의 여정

<아, 쿰쿰해 죽는 줄 알았어>(2024) 연작은 제목부터 직설적이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낸다. 이 작품들에서 발가락들은 각각 생명력을 지닌 개체로 변모하며, 신체적 트라우마의 상징을 넘어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는다. 작가는 이러한 모호성을 통해 일상의 불쾌한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이는 현대인들이 겪는 자기 수용과 치유의 과정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끄럽고 감추고 싶었던 것들이 오히려 자아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불이라는 은유적 공간의 의미

가장 사적인 피난처에서 자유로운 상상의 공간으로

<이불 움집 시리즈>(2024)와 <멋쩍은 댄스>(2022)에서 나타나는 이불의 형상은 작가의 또 다른 핵심 모티프다. 먹으로 짙게 칠해진 배경 위에 유령처럼 혹은 똬리를 튼 뱀처럼 웅크리고 있는 이불의 모습은 단순한 일상용품을 넘어선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성살몬 작가에게 이불은 가장 사적인 피난처이자 자기 성찰의 공간이다. 동시에 연약한 자아에 보호와 위안을 제공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아의 자유로운 유영과 무형의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확장된 공간으로 기능한다.

허물을 벗듯 기록되는 일상의 흔적

작가는 이불의 형태와 질감을 통해 신체를 둘러싼 공간의 유동성과 변화무쌍함을 표현한다. 매일 자신이 머물렀던 흔적을 허물을 벗은 듯한 형태로 기록하는 이러한 접근은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관점을 보여준다.

이불은 비록 얇은 껍질에 불과하지만, 연약한 자아를 보호하는 동시에 세계와 자신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화이트 큐브 공간을 향해 각진 모서리 없이 울퉁불퉁하고 유연한 형태로 번져나가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치유와 회복의 서사

상처를 넘어선 삶의 궤적으로의 전환

성살몬의 작업이 특별한 이유는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는 것을 넘어서, 삶의 연약함을 감싸 안고 회복의 가능성을 탐구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마침내 그 얼룩을 삶의 궤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오브제와 드로잉으로 구체화한다.

이러한 접근은 현재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트라우마나 상처를 단순히 폭로하거나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한 성장과 회복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비자발적 타자화에서 주체적 생명력으로

작가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은 비자발적으로 투영된 타인의 욕망 속에서 격하되고 타자화된 신체의 위상을 재감각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회복에 대한 보편적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다.

성살몬 작가의 끊임없는 노력 속에서 신체는 다시 주체적 생명력을 되찾는다. 이불을 걷어내고 다시 땅을 딛고 나아가는 발로(發露)의 순간이 바로 작가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다.

유영공간과 전시의 공간적 맥락

공간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

이번 전시가 열린 유영공간은 서울 성북구 성북로16가길에 위치한 대안공간이다.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도보 13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으며,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유영공간이라는 이름 자체가 ‘헤엄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성살몬 작가의 유동적이고 유기적인 작업 세계와 잘 어울린다. 공간의 성격이 작품의 해석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작가의 전시 이력과 발전 과정

이번 전시는 성살몬 작가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이전에 2023년 아트 포 랩에서 첫 개인전 《울퉁불퉁 꼼지락 꾸울렁: BUMPY WAVE》를 개최한 바 있다. 첫 개인전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일관되게 유동적이고 생명력 있는 형태와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왔다.

두 전시를 비교해보면, 작가의 작업 세계가 보다 구체적이고 철학적인 방향으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토마토라는 명확한 메타포의 도입과 내외적 통합이라는 주제 의식의 심화가 그 증거다.

현대미술에서 읽어내는 시대적 의미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내면 탐구

성살몬 작가의 작업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욱 중요해진 개인적 공간과 내면세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이불과 양말 같은 가장 사적인 영역의 오브제들을 통해 현대인의 고립감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동시에 표현한다.

특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침실과 같은 사적 공간의 의미가 재조명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불이라는 소재 선택은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젠더와 신체성에 대한 새로운 접근

작가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신체에 대한 관점은 기존의 페미니즘 미술과는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고발이나 저항보다는 수용과 치유, 그리고 변화에 중점을 둔다. 이는 현재 젊은 세대 작가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경향으로, 보다 포용적이고 건설적인 태도로 해석된다.

관람객들이 알아야 할 작품 감상 포인트

시각적 요소보다 개념적 이해가 우선

성살몬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시각적 아름다움보다는 개념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마토씨와 무른 부스러기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완성된 형태보다는 변화와 성장의 과정에 주목한다.

각 작품에서 나타나는 형태들이 무엇을 재현하는지보다는, 그것들이 어떤 감정과 경험을 담고 있는지에 집중해서 감상하는 것이 좋다.

개인적 경험과 연결지어 보기

작가의 작업은 매우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이 보편적 감정과 연결된다. 관람객들도 자신의 개인적 경험과 연결지어 작품을 해석할 때 더욱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하다.

특히 일상적 오브제들에 대한 자신만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려보면서 작품을 감상하면, 작가가 의도한 공감과 치유의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들

성살몬은 어떤 작가인가요?

성살몬은 신체를 감싸는 일상적 오브제들을 통해 내면과 외면의 관계를 탐구하는 현대미술 작가입니다. 이불, 양말 등의 소재를 활용하여 현대인의 트라우마와 회복의 과정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토마토씨와 무른 부스러기들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토마토씨와 무른 부스러기들’은 겉과 속이 일치하는 토마토처럼 진실한 자아로 성장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을 담은 제목입니다. 무른 부스러기들은 상처와 결핍을 의미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성장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전시는 언제까지 볼 수 있나요?

이 전시는 2025년 1월 13일부터 19일까지 유영공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현재는 종료된 전시이지만, 작가의 향후 전시 일정은 유영공간이나 작가의 공식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영공간은 어떻게 가나요?

유영공간은 서울 성북구 성북로16가길 1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13분 거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합니다.

비슷한 작업을 하는 다른 작가들은 누가 있나요?

일상적 오브제를 통해 개인적 서사를 탐구하는 작가들로는 루이즈 부르주아,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등이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개인적 경험을 미술로 풀어내는 젊은 작가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성살몬의 ‘토마토씨와 무른 부스러기들’은 현대미술이 개인적 경험을 통해 보편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전시였다. 상처와 결핍을 성장의 동력으로 전환시키는 작가의 시각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앞으로 성살몬 작가가 어떤 새로운 작업으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확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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