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중순, 투자계에 큰 충격파가 일었습니다. 올해 다우존스 지수에서 가장 처참한 성과를 보이며 46% 폭락한 유나이티드헬스 주식을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이 2조원이 넘는 거액을 투입해 대규모로 매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Forbes] 버크셔 해서웨이의 13F 보고서 공개와 함께 유나이티드헬스 주가는 하루 만에 13% 급등하며 17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습니다.
94세의 나이로 올해 말 CEO직에서 은퇴를 앞둔 버핏이 마지막 투자로 선택한 종목이 바로 온갖 악재에 시달리는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점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궁금증을 품고 있습니다. 과연 버핏은 무엇을 보고 이 ‘위험한 베팅’을 감행한 것일까요?
올해 최악의 성과를 기록한 유나이티드헬스, 무엇이 문제였나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은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이자 의료서비스 통합기업으로, 2024년 매출 4,000억 달러, 순이익 144억 달러를 기록한 거대 기업입니다. [UnitedHealth Group 2024 Q4 Financial Report] 하지만 2025년 들어 회사는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을 맞았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타격은 의료비 급증이었습니다. 회사는 2025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당초 예상보다 65억 달러나 많은 의료비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UnitedHealth Group 2025 Q2 Financial Report] 이 중 36억 달러는 메디케어 부문, 23억 달러는 상업보험 부문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이었습니다. 특히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가입자들의 의료 이용률이 7.5% 증가하고, 메디케어 보충보험은 11%나 급등하며 회사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켰습니다.
여기에 2024년 발생한 Change Healthcare 사이버 공격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공격으로 회사는 2024년에만 31억 달러의 비용을 지출했고, [Cybersecurity Dive] 2025년에도 OptumInsight 부문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 빛나는 워런 버핏의 역발상 투자 철학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5년 2분기 중 유나이티드헬스 주식 504만 주를 신규 매입해 약 16억 달러(2조 2,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연합뉴스] 이는 버크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18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흥미롭게도 버핏만이 이 ‘위기의 기회’를 포착한 것은 아닙니다. 헤지펀드계의 거물 데이비드 테퍼의 애팔루사 매니지먼트는 230만 주를, 마이클 버리로 유명한 사이온 애셋 매니지먼트도 대규모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자산 75억 달러를 운용하는 마셔필드 어소시에이츠는 포트폴리오의 4%를 유나이티드헬스에 투자하며 “대부분의 문제가 일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Forbes]
버핏이 주목한 유나이티드헬스만의 특별한 경쟁 우위
많은 전문가들이 버핏의 투자 결정에서 주목하는 점은 유나이티드헬스의 독특한 사업 모델입니다. 회사는 단순한 보험회사를 넘어 의료서비스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발전했습니다.
Optum Health는 가치기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2024년 1,05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1,170억 달러에 달할 전망입니다. [UnitedHealth Group 2024 Q4 Financial Report] Optum Rx는 약국혜택관리(PBM) 사업에서 98%의 고객 유지율을 보이며 연간 1,3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직 통합 모델은 의료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 우위를 제공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정부의 역할입니다. 마셔필드 어소시에이츠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엘리스 호프만은 “정부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에서 의료비 관리 역할을 위해 유나이티드헬스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역사적으로 잘해온 핵심 업무로 돌아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분석했습니다. [Forbes]
저평가된 가치에 주목하는 스마트머니들
현재 유나이티드헬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 수준으로, 경쟁사인 휴마나, 시그나, CVS헬스 등과 비교해 상당히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Forbes] 일부 분석가들은 2027년 기준 PER이 11.5배에 불과하다며 매력적인 투자 기회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The Motley Fool]
또한 정부 정책 변화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가 2025년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플랜의 상환율을 평균 5.1% 인상한다고 발표한 것은 업계 전반에 호재로 평가됩니다. [Forbes]
회복의 신호가 보이기 시작한 실적과 전망
유나이티드헬스는 2025년 연간 매출 전망을 4,480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조정 주당순이익을 최소 16달러로 제시했습니다. [UnitedHealth Group 2025 Q2 Financial Report] 비록 당초 계획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회사가 구조적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특히 의료비 관리 측면에서 안정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회사는 3분기와 4분기에 병원 코딩 집약도와 전문의 처방 트렌드가 예상 범위 내에서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UnitedHealth Group 2024 Q4 Financial Report] 메디케이드 부문에서도 가입자 건강 상태와 주정부 지원금 간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2026년경 수익성 개선이 기대됩니다.
버핏의 마지막 대박은 보험업계에서 완성될까
워런 버핏은 평생 보험업계에 특별한 애착을 보여왔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자체가 보험회사에서 출발했고, GEICO를 비롯한 다양한 보험 자회사들을 통해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며 투자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유나이티드헬스 투자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미국 헬스케어 시장의 구조적 특성상 유나이티드헬스는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는(Too Big to Fail)’ 기업입니다. 미국 최대 메디케어 어드밴티지 제공업체로서 정부가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으며, 의료 시스템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정부 차원에서도 회사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Forbes]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들
버핏의 유나이티드헬스 투자에서 주목할 점은 타이밍입니다. 주가가 작년 11월 고점 대비 62% 폭락한 시점에서 진입한 것은 그의 역발상 투자 철학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Forbes]
또한 이번 투자는 버핏이 CEO 은퇴를 앞둔 상황에서 이뤄진 ‘마지막 대형 투자’ 중 하나로 평가됩니다. 3,440억 달러에 달하는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 중 16억 달러는 작은 규모이지만, 상징적 의미는 큽니다. [Business Insider]
리스크 요소들도 냉정하게 살펴봐야
하지만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릅니다. 유나이티드헬스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의료비 인플레이션이 계속되고, 정부의 메디케어 삭감 정책이 강화되면 수익성 회복이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또한 법무부의 메디케어 사기 수사가 진행 중이며, 미국 사회 전반의 의료보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Wall Street Journal] Change Healthcare 사이버 공격의 후유증 역시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결론: 위기가 곧 기회라는 버핏의 철학이 다시 한 번 빛날까
워런 버핏의 유나이티드헬스 투자는 그의 오랜 투자 철학인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하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올해 최악의 성과를 보인 주식에 2조원을 베팅한다는 것은 보통 투자자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결정입니다.
하지만 유나이티드헬스가 보유한 독특한 경쟁 우위 – 의료서비스 수직 통합 모델, 막대한 규모의 경제, 정부 정책에서의 핵심적 지위 – 등을 고려할 때, 현재의 위기는 일시적인 조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13배라는 저평가된 밸류에이션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입니다.
물론 투자에는 항상 리스크가 따르며, 개별 투자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60년간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달성한 투자의 전설이 마지막 대형 베팅으로 선택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유나이티드헬스는 앞으로도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투자가 성공할지는 시간이 증명하겠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는 버핏의 안목이 다시 한 번 옳았다는 것이 증명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투자의 귀재가 던진 마지막 화두에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