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에서 70대 여성이 쑥을 캐러 다녀온 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처럼 작은 진드기 한 마리가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현실이 충격적이지만, 적절한 지식과 대처법만 알고 있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입니다.
국내 SFTS 환자는 2013년부터 2024년까지 총 2,065명이 발생하여 381명이 사망했으며, 이는 약 18.5%의 높은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60세 이상이 전체 환자의 83.5%를 차지해 고령층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진드기에 물린 후 나타나는 초기증상을 정확히 알고, 적절한 시기에 병원을 방문한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생명을 지키는 핵심 정보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진드기가 옮기는 치명적인 질병들, 정확히 알아야 막을 수 있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쯔쯔가무시병으로 털진드기가 옮기는 질병이고, 두 번째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으로 작은소참진드기가 전파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입니다.
두 질병 모두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4월부터 11월 사이에 주로 발생하며, 농작업이나 등산, 캠핑 등의 활동 중에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특히 충청지역에서 SFTS 발생률이 75%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어 해당 지역 야외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놓치면 생명이 위험한 초기증상 체크리스트
진드기에 물린 후 5~14일 이내에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즉시 병원을 가야 하는 위험신호
1. 고열(38℃~40℃)
갑작스럽게 시작되는 고열이 가장 흔한 초기 증상입니다. 해열제를 먹어도 쉽게 내려가지 않는 특징을 보입니다.
2. 소화기 증상
오심, 구토, 설사, 복통이 동반되며 식욕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감기와 달리 소화기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3. 전신 증상
심한 두통, 근육통, 피로감이 나타나며 몸이 극도로 무기력해집니다. 평소보다 훨씬 심한 몸살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4. 특징적인 피부 변화
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작은 궤양이 생기고 그 위에 검은 딱지가 형성됩니다. 이는 쯔쯔가무시병의 매우 특징적인 소견으로 발견 즉시 병원 방문이 필요합니다.
중증으로 진행될 때의 위험 징후
초기 치료를 놓치면 혈소판과 백혈구가 급격히 감소하여 혈뇨, 혈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한 경우 다발성장기부전으로 이어져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특히 고령층에서는 증상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어 더욱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합니다.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 응급처치법
진드기를 발견했을 때 올바른 제거 방법을 아는 것이 감염 예방의 첫걸음입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제거하면 오히려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진드기 제거의 정확한 단계
1단계: 준비 과정
끝이 뾰족한 핀셋을 준비하고, 알코올이나 소독제로 핀셋을 깨끗이 닦습니다. 맨손으로 진드기를 만지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2단계: 정확한 위치 파악
진드기의 머리 부분이 피부에 박혀있는 위치를 정확히 확인합니다. 진드기의 몸통이 아닌 머리 부분을 잡아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3단계: 천천히 수직으로 제거
핀셋으로 진드기의 머리 부분을 피부에 최대한 가깝게 잡고, 비틀거나 회전시키지 말고 수직으로 천천히 일정한 압력을 가해 제거합니다.
4단계: 철저한 소독
진드기를 제거한 후 물린 부위를 알코올이나 요오드로 철저히 소독합니다. 손도 반드시 비누로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절대 하면 안 되는 잘못된 방법들
바셀린, 매니큐어, 알코올을 바르거나 불붙인 성냥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진드기가 더 많은 병원체를 체내로 분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진드기의 몸통을 누르거나 비트는 행위는 절대 금물입니다.
완벽한 예방을 위한 야외활동 수칙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예방이 최선의 치료법입니다. 야외활동 전, 중, 후의 체계적인 예방 수칙을 지키면 감염 위험을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야외활동 전 준비사항
복장 준비
밝은 색의 긴팔, 긴바지를 착용하고, 바지 끝은 양말 안에 넣어 진드기가 침입할 틈을 차단합니다. 모자, 목수건, 장갑, 목이 긴 양말을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진드기 기피제 사용
DEET 성분이 포함된 기피제를 피부에 바르고, 퍼메스린이 포함된 방충제를 옷에 뿌려줍니다. 상업적으로 퍼메스린 처리된 옷을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야외활동 중 주의사항
풀밭 위에 직접 앉거나 눕지 말고 반드시 돗자리를 사용합니다. 등산 시에는 정해진 등산로를 벗어나지 않으며, 수풀이나 잡초에 스치지 않도록 길 중앙으로 걸어야 합니다.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옷을 풀밭에 벗어놓는 행위는 절대 금지입니다. 용변을 볼 때도 풀밭을 피해 안전한 장소를 선택해야 합니다.
야외활동 후 필수 점검
귀가 즉시 입었던 옷을 뜨거운 물에 세탁하고, 전신을 꼼꼼히 확인합니다. 특히 머리카락, 귀 주변, 팔 아래, 허리, 무릎 뒤, 다리 사이 등 진드기가 숨기 쉬운 부위를 중점적으로 살펴봅니다.
사용한 돗자리나 장비는 깨끗이 세척한 후 햇볕에 충분히 말려 진드기를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병원 방문 시기와 진료과 선택 가이드
진드기에 물린 후 언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지, 어느 진료과를 선택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조기 치료의 핵심입니다.
즉시 병원 방문이 필요한 경우
응급상황
38℃ 이상의 고열, 심한 오한, 지속적인 구토,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방문 시기
진드기에 물린 후 2주 이내에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빠른 시일 내에 병원을 방문합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진드기가 장시간 붙어있었다면 예방적 차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적절한 진료과 선택
1차 선택: 감염내과
진드기 매개 감염병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감염내과가 가장 적합합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2차 선택: 내과
감염내과가 없는 병원의 경우 일반내과에서도 진료가 가능합니다. 의료진에게 진드기 물림 이력을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병원에서 받는 검사와 치료
혈액검사를 통해 백혈구, 혈소판 수치 변화를 확인하고, 필요시 PCR 검사나 항체 검사를 시행합니다. 조기 진단 시 독시사이클린 등의 항생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완치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과 전문가 답변
Q: 진드기에 물렸는데 증상이 없으면 괜찮은가요?
A: 진드기에 물렸다고 해서 모두 감염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물린 후 2주간은 증상 발현 여부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하며,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Q: 진드기 제거 후 일부가 피부에 남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진드기의 머리 부분이 피부에 남아있으면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완전히 제거해야 합니다. 억지로 파내려고 하면 상처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Q: 애완동물이 진드기에 물렸을 때 사람에게 전염되나요?
A: 직접적인 전염은 되지 않지만, 애완동물이 집으로 진드기를 옮겨올 수 있습니다. 애완동물도 수의사의 진료를 받고, 집안을 철저히 청소해야 합니다.
Q: 진드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예방접종이 있나요?
A: 현재 국내에서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에 대한 예방백신이 없습니다. 따라서 예방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입니다.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당부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적절한 예방과 조기 치료만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병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야외활동 후 자신의 몸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망설이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는 것입니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층과 농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작은 주의와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야외활동을 위해 오늘 소개한 예방 수칙들을 꼭 기억하시고, 혹시 진드기에 물렸다면 당황하지 말고 차근차근 대처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안전한 야외활동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