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빨대가 흐물흐물해지는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으실 텐데요. 이런 불편함을 겪으신 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7년 만에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도입한다고 발표했거든요. 하지만 이번 결정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025년 6월 25일부터 전국 약 200개 매장에서 종이 빨대와 함께 새로운 플라스틱 빨대를 시범 도입했습니다. 이는 2018년 국내 최초로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스타벅스가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도입한 배경
스타벅스의 이번 결정은 고객들의 지속적인 불만에서 시작됐습니다. 종이 빨대 도입 이후 소비자들은 “금방 눅눅해져서 불편하다”, “종이 맛이 난다”, “음료를 끝까지 마시기 어렵다” 등의 불편함을 꾸준히 호소해왔습니다. 특히 병원이나 주거 인근 매장에서 환자나 영유아, 거동이 불편한 고객들의 불편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경 보호를 위해 도입한 종이 빨대가 역설적으로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정책 변화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환경부 용역을 받아 안양대 산학협력단과 에코윌플러스가 작성한 ‘일회용품 저감정책 통계작성 및 관리방안(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매립 시 종이 빨대는 258만㎏의 탄소를 배출해 플라스틱 빨대(56만6천㎏)보다 4.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탕수수 기반 바이오플라스틱 빨대의 특징
이번에 스타벅스가 도입한 플라스틱 빨대는 기존 석유계 합성수지 제품과는 다릅니다. 사탕수수 기반 식물 유래 소재를 사용해 만든 바이오플라스틱 빨대입니다. 이 빨대는 여러 가지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사탕수수 추출 후 남는 부산물을 활용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농업 폐기물을 자원화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둘째, 사탕수수는 1년 이내에 수확이 가능해 재생산 주기가 짧고 별도의 산림 파괴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셋째, 100% 생분해 및 퇴비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타벅스 측은 “식물성 원료를 소재로 한 플라스틱 빨대로 탄소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매장에 별도 수거함을 설치해 사용 후 빨대를 재활용하는 시스템도 함께 구축했습니다.
종이 빨대 vs 플라스틱 빨대, 환경 영향 비교
그동안 친환경적이라고 여겨졌던 종이 빨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환경부 연구 결과를 보면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탄소 배출량 측면에서 보면, 빨대 5억개를 매립할 경우 종이 빨대는 258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플라스틱 빨대는 56만6천㎏만 배출합니다. 소각할 경우에도 종이 빨대는 270만㎏, 플라스틱 빨대는 139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종이 빨대가 약 1.9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환경 독성 측면에서도 종이 빨대가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이나 토양을 산성으로 바꾸는 산성화 영향은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2배 높았고, 담수 생태계에 미치는 독성은 7배, 인간에 미치는 악영향은 4.4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종이 빨대 제조 과정에서 목재 펄프 처리와 화학 처리 과정이 필요하고, 액체에 쉽게 녹지 않도록 하는 과불화화합물 코팅재 때문입니다. 또한 종이 빨대는 재활용이 어려워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소비자들의 엇갈린 반응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재도입 소식에 소비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종이 맛 커피 시대의 종식을 환영한다”, “불편했는데 속이 시원하다”, “음료를 끝까지 마실 수 있어 좋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환경 의식이 높은 소비자들은 “친환경 흐름에 역행한다”, “결국 편의성 앞에 환경을 포기했다”, “대안 빨대 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 등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는 ‘종이 빨대는 금방 흐물흐물해져서 별로’라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시범 매장에서 직원들은 “고객 클레임이 줄어들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동시에 “분리수거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정부 정책 변화와 업계 대응
스타벅스의 이번 결정은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 변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부터 카페·식당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종이 빨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2023년 11월 계도 기간을 무기한 연장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사실상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대응도 엇갈리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와 달리 메가커피, 이디야커피 등 일부 브랜드는 여전히 종이 빨대를 유지하고 있거나 매장 내외를 구분해 다르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부는 2024년 말부터 1회용 빨대에 대한 환경 영향 평가를 분석·평가 중이며, 생산에서 폐기에 이르는 제품의 전 주기 환경 영향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정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해외 동향과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
해외에서도 플라스틱 빨대 정책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 스타벅스는 2024년 종이 빨대에서 플라스틱 빨대로 되돌아갔고, 2025년 3월부터는 바이오플라스틱 빨대를 본격 도입할 계획입니다.
미국에서는 더욱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2월 10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장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2035년까지 모든 연방 기관에서 단계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폐지하겠다며 추진했던 정책을 완전히 뒤집는 조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종이 빨대”라며 “플라스틱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 변화는 전 세계 일회용품 규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의 전망과 과제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재도입은 환경 보호와 고객 편의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진정한 해결책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합니다.
스타벅스는 우선 200여 매장에서 고객 반응을 살핀 후 전체 2000여 매장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시범 매장에서는 고객이 종이 빨대와 바이오플라스틱 빨대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바이오플라스틱 빨대가 기존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빨대 없이도 편리하게 음료를 마실 수 있는 패키징 기술 개발이나, 더 나은 친환경 소재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사탕수수 기반 바이오플라스틱 빨대의 실제 환경 영향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와 모니터링도 필요합니다. 재활용 시스템의 실효성과 생분해 과정에서의 환경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결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향한 여정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재도입은 친환경 정책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환경 보호라는 선한 의도가 항상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합니다.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우리가 환경 정책을 수립할 때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것이 환경 보호 노력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사탕수수 기반 바이오플라스틱 빨대는 그러한 노력의 한 결과물이며, 앞으로도 더 혁신적인 친환경 소재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소비자들도 이런 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편의성과 환경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은 기업만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의 이번 시도가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나은 대안이 나올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완벽한 해결책을 한 번에 찾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시행착오와 개선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스타벅스의 플라스틱 빨대 재도입도 그런 여정의 한 걸음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