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질병관리청이 치사율이 최대 75%에 달하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며 국내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여행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이 감염병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데요. 질병관리청 발표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정식 지정될 예정이며, 이는 코로나19 이후 약 5년 만에 새롭게 지정되는 1급 감염병입니다.
니파바이러스는 말레이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특히 방글라데시에서는 연간 발생률이 가장 높아 341건의 감염 사례 중 241명이 사망하여 71%의 치사율을 기록하고 있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선순위 병원체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니파바이러스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니파바이러스(Nipah virus, NiV)는 1998년 말레이시아 숭가이 니파 마을에서 처음 발견된 파라믹소바이러스과에 속하는 RNA 바이러스입니다. 과일박쥐가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으며, 돼지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을 거쳐 사람에게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이 바이러스의 가장 무서운 점은 높은 치사율과 함께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의 치사율이 40%에서 100%까지 다양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지역별 의료 시설과 조기 진단 능력에 따라 차이를 보였습니다.
1999년 첫 발견 이후 현재까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 5개국에서만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인한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어떤 경로로 감염되고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요?
주요 감염 경로
니파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감염된 과일박쥐의 침이나 소변에 오염된 대추야자나무 수액이나 과일을 섭취하는 경우입니다. 특히 방글라데시에서는 생 대추야자 수액 섭취가 주요 감염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둘째, 감염된 돼지, 말, 고양이 등 중간 숙주 동물과의 직접 접촉을 통한 감염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발견되었을 때도 돼지 농장에서 시작되어 ‘돼지열병’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감염된 동물의 침, 비점액, 분비물에 직접 접촉할 경우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셋째, 감염된 사람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한 사람 간 전파입니다. 의료진이나 가족 간 전파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특히 의료 시설에서의 감염 관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단계별 증상 발현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4~14일이지만, 경우에 따라 45일까지도 연장될 수 있습니다. 초기 증상은 독감과 매우 유사하여 조기 진단이 어려운 편입니다.
초기 단계에서는 발열, 두통, 근육통, 구토, 인후통 등이 나타나며, 일부 환자에서는 설사 없이 오심과 구토만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후 급성 뇌염으로 진행되면서 기면, 정신착란, 발작, 혼수상태 등 심각한 신경계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부 환자에서는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이나 중증 폐렴이 발생하여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방글라데시와 인도 지역에서 발생한 사례의 약 70%에서 호흡기 합병증이 보고되었습니다.
현재 치료법은 있나요? 예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치료의 한계
현재까지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승인된 치료제나 백신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치료는 주로 증상 완화를 위한 지지요법에 의존하고 있으며, 고열, 탈수, 호흡 곤란 등의 증상 관리가 주요 치료 방법입니다.
심한 경우 집중치료실에서 인공호흡기 치료, 체액 보충, 뇌압 조절 등의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일부 연구에서 리바비린 등의 항바이러스제 사용이 시도되었지만, 명확한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WHO는 2024-2029년 니파바이러스 연구 우선순위 로드맵을 발표하며 진단법, 치료제,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방 수칙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동남아시아 지역 여행 시 다음 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합니다.
음식 안전 수칙으로는 생 대추야자 수액 섭취를 절대 피하고, 과일은 철저히 씻고 껍질을 벗겨서 섭취해야 합니다. 박쥐가 물어뜯은 흔적이 있는 과일은 절대 섭취하지 말고, 갓 수집한 대추야자 수액은 반드시 끓여서 마셔야 합니다.
동물 접촉 시에는 돼지, 말, 고양이 등 감염 가능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불가피한 경우 장갑과 보호구를 착용해야 합니다. 박쥐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 간 전파 예방을 위해서는 감염 의심 환자와의 밀접 접촉을 피하고, 의료진의 경우 표준주의와 함께 접촉주의, 비말주의를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전 세계 발생 현황과 우리나라 대응 상황
2024-2025년 발생 동향
2024년 들어 방글라데시에서 2건의 니파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되었으며, 두 환자 모두 사망했습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38세 남성과 3세 여아가 생 대추야자 수액 섭취 후 감염되어 뇌염과 호흡곤란으로 사망했습니다.
2025년 5월에는 인도 케랄라주에서 42세 여성의 니파바이러스 감염이 확진되어 2년 만에 인도에서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25년 3월까지 3개 지역에서 총 3명의 환자가 발생하여 사망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1998년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방글라데시가 341건으로 가장 많은 감염 사례를 기록했으며, 이어 말레이시아 283건, 인도 102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방글라데시의 치사율이 71%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국내 대응 체계
우리나라는 아직 니파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보고된 적이 없지만, 동남아시아 여행객 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잠재적 위험을 고려하여 선제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질병관리청은 2025년 5월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는 환자 발생 즉시 신고 의무화, 격리 치료, 역학조사 등 강화된 방역 체계를 의미합니다.
또한 공항과 항만에서의 검역 강화, 의료진 대상 교육, 진단 검사법 도입 등 종합적인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여행 후 발열,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여행력을 알리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여행 시 주의사항과 대처법
여행 전 준비사항
동남아시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니파바이러스 발생 지역 현황을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케랄라주 등 발생 빈도가 높은 지역을 방문할 경우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여행자보험 가입 시 감염병 치료를 포함한 상품을 선택하고, 현지 의료기관 정보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응급상황에 대비하여 여행 동반자나 가족에게 일정을 공유해 두어야 합니다.
현지에서의 주의사항
현지에서는 반드시 안전한 음식과 음료수 섭취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특히 길거리 음식이나 생과일 주스, 대추야자 수액 등은 절대 피하고, 충분히 가열 조리된 음식과 포장된 음료수만 섭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농장이나 동물원 방문 시에는 동물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고, 손 소독제를 수시로 사용해야 합니다. 박쥐 서식지로 알려진 동굴이나 과수원 근처는 가급적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숙박업소 선택 시에는 위생 상태가 양호한 곳을 선택하고, 특히 농촌 지역의 민박이나 홈스테이는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귀국 후 건강 관리
귀국 후 최대 45일간은 건강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합니다. 발열, 두통, 근육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동남아시아 여행력을 반드시 알려야 합니다.
특히 귀국 후 2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 기간 동안은 타인과의 밀접 접촉을 최소화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들
니파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나요?
니파바이러스는 주로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를 통한 비말 전파는 가능하므로 감염 의심 환자와는 2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백신 개발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현재 여러 연구기관에서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지만, 상용화까지는 수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WHO는 2024-2029년 연구 로드맵을 통해 백신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국내에서 감염될 가능성이 있나요?
현재까지 국내 감염 사례는 없으며, 자연적 감염 가능성도 매우 낮습니다. 다만 해외 유입 사례에 대비하여 방역 체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애완동물도 감염될 수 있나요?
개, 고양이, 말, 돼지 등이 감염될 수 있으며,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애완동물과 접촉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귀국 후 애완동물이 이상 증상을 보일 경우 수의사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향후 전망
감염병 전문가들은 니파바이러스가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인해 향후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박쥐 서식지 파괴로 인한 인간 거주지 침입, 국제 여행 증가, 축산업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감염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까지 사람 간 전파력이 높지 않고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발생하고 있어, 적절한 방역 조치와 개인 예방 수칙 준수를 통해 충분히 예방 가능한 감염병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공포보다는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합리적 대응입니다. 동남아시아 여행 시 기본적인 감염 예방 수칙을 지키고, 증상 발생 시 신속한 의료진 상담을 받는다면 충분히 안전한 여행이 가능합니다.
니파바이러스 1급 감염병 지정은 우리나라의 선제적 방역 체계 구축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해외 유입 가능성에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개인 차원에서도 올바른 정보 습득과 예방 수칙 준수를 통해 안전한 여행과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