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5일, 한국 영화계의 거목이 쓰러졌습니다. 국민배우라는 수식어로 불리던 안성기가 향년 74세로 영면했습니다. 2019년 혈액암 진단 이후에도 카메라 앞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배우로서의 삶을 놓지 않았습니다. 투병 중에도 4편의 영화를 완성한 그의 마지막 여정을 되돌아봅니다.
혈액암과의 사투, 6년간의 투병 기록
안성기는 2019년 비호지킨 림프종이라는 혈액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추적 관찰 중 6개월 만에 암이 재발하면서 긴 투병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2023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병원에서 조혈모세포 치료를 하자고 했는데, 그것까지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 들어서 고사를 했다. 고사할 문제가 아니었는데. 그 과정(치료)을 다시 했다. 아주 힘들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2025년 12월, 마지막 순간들
2025년 11월, 배우 박중훈은 기자간담회에서 “안성기 선배님 건강이 상당히 안 좋으시다. 제가 얼굴 뵌 지 일 년이 넘었다”며 “가족들에게 근황을 여쭤보고 있는데 굉장히 슬프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2025년 12월 30일 오후, 안성기는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순천향대학교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습니다. 중환자실에서 6일간 치료를 받았으나, 2026년 1월 5일 오전 9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습니다.
마지막까지 카메라 앞에 서다: 투병 중 완성한 4편의 유작
암투병 중에도 안성기는 촬영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들은 모두 투병 기간에 촬영되어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에 개봉했습니다.
카시오페아 (2022)
치매 증상을 보이는 변호사 딸을 간호하는 아버지 역을 맡았습니다. 병세가 악화되는 와중에도 묵묵히 촬영에 임한 그의 모습에 현장 스태프들은 깊은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한산: 용의 출현 (2022)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로 등장했습니다. 대작 사극의 무거운 촬영 일정 속에서도 그는 한 번도 컨디션 문제로 촬영을 미룬 적이 없었습니다.
탄생 (2023)
영화 ‘탄생’의 감독은 안성기에 대해 “오늘 좀 힘들겠다 말씀하셨으면 그날 촬영을 접었을 텐데 미동도 없이 ‘나 하겠어’ 하면서 꼿꼿하게 앉아계셨다”고 회상했습니다. 촬영 중 모니터를 보며 펑펑 울었다는 감독의 증언은 그의 투혼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줍니다.
노량: 죽음의 바다 (2023)
특별출연으로 참여한 이 작품이 그의 마지막 스크린 출연작이 됐습니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69년 영화 인생의 마침표로서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69년 영화 인생, 170편의 발자취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아역 배우로 데뷔한 안성기는 약 200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2017년 한국영상자료원이 연 데뷔 60주년 특별전에서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대표하는 영화 8편을 직접 선정한 바 있습니다.
안성기가 직접 선정한 8대 대표작
- 바람 불어 좋은 날 (1980) – 본격적인 성인 배우로서의 전환점
- 만다라 (1981) – 임권택 감독과의 첫 협업
- 고래사냥 (1984) – 1980년대 청춘영화의 상징
- 하얀전쟁 (1992) – 베트남전 트라우마를 다룬 문제작
- 투캅스 (1993) – 대중적 흥행의 새 지평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 – 박중훈과의 호흡
- 실미도 (2003) – 한국 최초 천만 영화, “날 쏘고 가라” 명대사
- 라디오 스타 (2006) –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공동 수상
특히 2003년 ‘실미도’는 한국영화 최초의 1000만 관객 돌파작으로, 안성기는 684부대 교육대장 최재현 준위 역을 맡아 “날 쏘고 가라”는 명대사를 남겼습니다. 조연이었지만 주연인 설경구, 정재영보다 관객에게 더 깊이 각인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영화인장으로 치러진 마지막 배웅
안성기의 장례는 (재)신영균예술문화재단과 (사)한국영화배우협회 주관으로 영화인장으로 진행됐습니다. 명예장례위원장에 신영균, 공동장례위원장에 배창호 감독,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등이 참여했습니다.
장례 일정
- 빈소: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
- 발인: 2026년 1월 9일 오전 6시
- 영결식: 명동성당, 정순택 대주교 집전
- 장지: 경기도 양평 별그리다 추모공원
운구와 조문객
영결식에서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주지훈, 조우진, 박해일이 관을 운구했습니다. 정우성이 영정을, 이정재가 추서된 금관문화훈장을 들었습니다. 임권택 감독, 유인촌 전 장관, 정준호, 현빈, 전도연, 변요한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마지막 배웅에 참석했습니다.
금관문화훈장 추서
별세 당일인 1월 5일 오후, 정부는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1등급)을 추서했습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성모병원 빈소를 방문해 유족에게 훈장을 전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안성기는 어떤 암으로 투병했나요?
안성기는 2019년 비호지킨 림프종이라는 혈액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2020년 완치 판정 후 6개월 만에 재발하여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왔으며, 조혈모세포 치료 등 힘든 과정을 거쳤습니다.
안성기의 마지막 출연작은 무엇인가요?
‘노량: 죽음의 바다'(2023)가 마지막 스크린 출연작입니다. 드라마로는 2024년 KBS 미니시리즈 ‘맨발의 미쓰비시 데보네어’에서 강신욱 회장 역을 맡아 드라마 연기에 복귀하기도 했습니다.
안성기가 투병 중 촬영한 영화는 몇 편인가요?
총 4편입니다. ‘카시오페아’, ‘한산: 용의 출현’, ‘탄생’, ‘노량: 죽음의 바다'(특별출연) 모두 암투병 중 촬영되어 2022년부터 2023년 사이에 개봉했습니다.
안성기의 장례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영화인장으로 치러졌습니다. 2026년 1월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발인 후 명동성당에서 영결식이 진행됐으며, 장지는 경기도 양평 별그리다 추모공원입니다.
안성기에게 추서된 훈장은 무엇인가요?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1등급)이 추서됐습니다. 별세 당일인 2026년 1월 5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빈소를 방문해 유족에게 직접 전달했습니다.
안성기는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나요?
69년 영화 인생 동안 약 170편에서 200편의 영화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57년 ‘황혼열차’로 아역 데뷔한 이후 한국 영화사의 굵직한 작품들에 함께했습니다.
안성기의 영정사진에는 어떤 사연이 있나요?
영정사진은 1987년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기쁜 우리 젊은 날’ 촬영 당시 사진작가 구본창이 포착한 모습입니다. 고인의 부인 오소영 씨가 가장 사랑하는 사진으로, 가족의 뜻에 따라 선정됐습니다.
마무리
안성기는 69년간 17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 그 자체로 불렸습니다. 암투병 중에도 “나 하겠어”라며 꼿꼿이 카메라 앞에 선 그의 모습은 후배 배우들에게 진정한 프로 정신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남긴 작품들은 OTT 플랫폼과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언제든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실미도’의 “날 쏘고 가라”, ‘라디오스타’의 묵묵한 매니저 박민수, 그리고 마지막 유작들까지, 안성기의 연기는 스크린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