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년 기다림의 마지막 퍼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완공 카운트다운

바르셀로나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들이 한 개씩 완성될 때마다 전 세계 건축계가 주목하는 곳이 있습니다. 1882년 첫 삽을 뜬 이후 143년째 공사가 진행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공 예정일이 확정되었습니다.

2026년, 가우디 사후 100주년에 맞춰 완공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재단은 2024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공식적으로 2026년 완공을 선언했습니다. 이는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에스테베 캄프스 재단 회장은 “성당 내 최고 높이인 172.5m의 중앙 첨탑 ‘예수 그리스도의 탑’을 포함해 완공에 필요한 모든 자원이 갖춰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완공 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독일 울름 대성당(161.5m)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가 됩니다.

남은 건축 단계와 완성 일정

현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건축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계획된 18개 첨탑 중 13개가 완성되었습니다. 남은 5개 첨탑의 완성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25년: 성모 승천 예배당 완공
  • 2026년: 예수 그리스도의 탑 완공으로 전체 성당 완성

지난 2023년에는 성당을 지탱하는 6개 중앙탑 중 마태오 탑과 요한 탑이 완공되었으며, 성모 마리아 탑과 마르코·루가·요한·마태오 복음사가 탑 공사도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143년 건축 여정의 우여곡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건축 역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입니다. 1882년 첫 번째 건축가 프란시스코 델 비야르가 네오고딕 양식으로 시작했으나, 1883년 사임 후 31세의 젊은 가우디가 수석 건축가로 취임했습니다.

가우디는 기존 설계를 완전히 바꾸어 자연을 모방한 혁신적인 건축 양식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1926년 가우디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성당은 15%만 완성된 상태로 남겨졌습니다.

건축을 방해한 수많은 시련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습니다:

  • 1936년 스페인 내전: 화재로 가우디의 원본 설계도와 석고 모형 대부분이 소실
  • 재정난: 개인 기부금에만 의존하는 건축 방식으로 공사 진행 속도 제한
  •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공사 중단
  • 건축 허가 논란: 137년간 정식 건축 허가 없이 공사 진행, 2019년에야 허가 취득

특히 1936년 화재로 소실된 가우디의 원본 자료들은 현재 복원된 석고 모형과 남은 설계도 조각들을 토대로 재구성되어 건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완공 후에도 계속되는 건축 이야기

흥미롭게도 2026년 성당 본체 완공 이후에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건축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성당 입구로 이어지는 계단 진입로 공사는 2034년까지 계속될 예정입니다.

이 진입로 건설을 위해서는 성당 주변의 약 1천 개 주택과 상업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1882년 착공 당시 성당 인근은 탁 트인 농지였으나, 현재는 바르셀로나의 중심가로 변모했기 때문입니다.

논란의 계단 설계

일부에서는 가우디의 원래 설계에 계단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캄프스 재단 회장은 “1915년 가우디의 서명이 담긴 지역 당국 제출 설계도에 계단이 명시되어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현재 바르셀로나 시당국과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건축 기술의 진화와 함께한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의 독특한 점은 각 시대의 건축 기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것입니다. 가우디 시대의 수작업 석조 기법부터 현대의 컴퓨터 지원 설계(CAD)와 CNC 기계까지, 143년간의 건축 기술 발전사를 한 건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1950년대부터 현대적 건축 기법이 도입되면서 공사 속도가 크게 빨라졌습니다. 최근에는 3D 프린팅 기술과 정밀 계산을 통해 가우디가 꿈꾸었던 복잡한 곡선 구조들을 정확히 구현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완공의 의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연간 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바르셀로나의 상징입니다.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2024년 기준 한국인 방문객만 21만 5,500명을 기록했습니다.

건축학적으로는 고딕 양식과 아르누보 양식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가우디만의 독창적인 자연 모방 기법이 집약된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성당 내부의 기둥들은 나무 형태를 모방해 숲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천장은 나뭇잎이 무성한 숲의 캐노피를 연상시킵니다.

완공이 가져올 변화

완공 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여러 방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 관광 산업: 현재도 연간 500만 명의 방문객이 찾지만, 완공 후에는 더욱 증가할 전망
  • 건축계: 143년간의 건축 기법 발전사가 집약된 살아있는 건축 박물관 역할
  • 바르셀로나 도시 계획: 계단 진입로 완공으로 주변 도시 구조의 대대적 변화
  • 종교적 의미: 가톨릭 순례지로서의 지위 더욱 공고화

건축 자금 조달의 독특한 방식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축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정부 지원 없이 오로지 개인 기부금과 관광 수입으로만 충당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 중 극히 드문 사례입니다.

현재 연간 관광 수입이 건축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 세계 신자들과 건축 애호가들의 기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금 조달 방식은 성당이 완공되어도 계속 유지될 예정입니다.

2026년을 향한 마지막 스퍼트

현재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건설 현장에서는 마지막 완공을 위한 집중적인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거대한 크레인들이 아슬아슬하게 무거운 건축 자재를 옮기며 예수 그리스도의 탑 건설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가우디가 꿈꾸었던 “돌의 성서”가 드디어 완성되는 순간이 2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43년간의 기다림이 마침내 끝나는 2026년, 바르셀로나 하늘에는 가우디의 영혼이 깃든 세계 최고 높이의 성당이 우뚝 솟아오를 것입니다.

참고 자료:
– 연합뉴스, “스페인 명소 사그라다파밀리아 144년 걸려 2026년 완공”, 2024년 3월 26일
– 조선일보, “첫 삽 뜨고 142년… 가우디 ‘최고 역작’ 완공 2년 남았다”, 2024년 3월 26일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재단 연례 보고서, 202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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