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볼륨을 자꾸 높이게 되거나, 상대방에게 “다시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잦아졌다면 난청(청력이 저하되어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상태)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5억 명이 청력 손실을 경험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고령화와 함께 난청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난청이 서서히 진행되어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난청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9가지
미국국립보건원(NIH)에서 제시한 난청 자가진단 항목입니다. 아래 9가지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1. TV나 라디오 볼륨 문제
TV나 라디오 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불평한 적이 있습니까? 본인에게는 적당한 볼륨이 타인에게 지나치게 크게 느껴진다면 청력 저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2. 전화 통화의 어려움
전화 통화 시 상대방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통화 볼륨을 최대로 높여야 겨우 들리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특히 수화기를 바꿔가며 양쪽 귀로 들어보는 행동이 반복된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소음 환경에서의 청취 곤란
식당, 카페, 모임 장소 등 배경 소음이 있는 곳에서 대화 내용을 알아듣기 어렵습니까? 감각신경성 난청(내이나 청신경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난청)의 경우 특히 소음 환경에서 말소리 구별 능력이 크게 저하됩니다.
4. 다수와의 대화 어려움
두 명 이상과 동시에 대화할 때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따라가기 힘든 경우입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섞이면 특정 음성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난청의 특징적 증상입니다.
5. 엉뚱한 대답을 한 경험
상대방의 말을 잘못 알아듣고 엉뚱한 대답을 해서 어색한 상황이 생긴 적이 있습니까? 이는 특정 주파수대의 소리를 놓쳐 문장 전체의 의미를 오해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6. 반복 요청의 증가
대화 중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뭐라고요?”라고 자주 되묻게 됩니다. 하루에 여러 번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청력 검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7. 상대방이 웅얼거리는 것처럼 느껴짐
분명히 또박또박 말하는 사람인데도 중얼거리거나 발음이 불명확한 것처럼 들린다면, 이는 고주파 청력 저하로 인해 자음 구별이 어려워진 것일 수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감각신경성 난청 시 /ㅅ/, /ㅆ/, /ㅈ/, /ㅉ/, /ㅊ/ 등의 자음을 특히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8. 특정 소리에 대한 과민 반응
특정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거나 불쾌하게 들리는 경우입니다. 난청이 진행되면 청각 시스템의 균형이 깨져 일부 소리에 과민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9. 여성이나 어린이 목소리 청취 곤란
여성이나 어린이처럼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를 알아듣기 어렵습니까? 노화성 난청의 경우 고주파 영역(2000Hz 이상)의 청력이 먼저 저하되어 고음 목소리 인지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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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의 종류와 특징
난청은 손상 부위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 따르면 각 유형별로 증상과 치료 방향이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전음성 난청
전음성 난청은 외이나 중이의 문제로 소리가 내이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만성 중이염, 고막 천공, 이소골 손상, 귀지 막힘 등이 원인입니다. 소리가 커지면 비례해서 잘 들리는 특징이 있으며, 수술이나 약물 치료로 호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감각신경성 난청
내이의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에 문제가 생긴 경우입니다. 노화, 소음 노출, 이독성 약물, 돌발성 난청 등이 원인입니다. 소리를 크게 해도 말소리 구별이 어렵고, 이명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학적 치료로 완전 회복이 어려워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 청각 재활이 주요 대안입니다.
혼합성 난청
전음성과 감각신경성 난청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양쪽 요인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치료 접근이 필요합니다.
난청 조기 발견이 중요한 이유
난청을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기고 방치하면 예상치 못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치매 위험 증가
존스 홉킨스 대학 연구팀의 발표에 따르면, 정상 청력 대비 경도 난청은 치매 위험 2배, 중등도 난청은 3배, 고도 난청은 5배까지 증가합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에서는 청력 손실이 있는 경우 뇌 위축 속도가 빨라지고,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위축이 가속화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
대화가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사회활동을 피하게 됩니다. 이로 인한 고립감과 우울증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에서도 난청이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인지 기능 저하
불완전한 청각 신호를 처리하기 위해 뇌가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인지적 피로가 누적됩니다. 삼성서울병원 문일준 교수는 “치매 위험 요인 가운데 교정 가능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청력 저하를 꼽는 연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청기 착용, 언제가 적기인가
삼성서울병원 자료에 따르면 순음청력검사에서 25dBHL(데시벨 청력수준) 이상이면 보청기 착용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습니다.
난청 정도별 기준
경도 난청(26~40dB): 시끄러운 곳에서 대화 청취가 어려워지는 단계입니다. 히어닷컴을 비롯한 청각 전문기관에서는 이 시기부터 보청기 착용을 권고합니다. 조기 착용 시 적응이 쉽고 효과도 좋습니다.
중도 난청(41~55dB):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어려움을 느끼는 단계입니다. 이 시점 이후 보청기를 착용하면 재활 기간이 길어지고 적응이 까다로워집니다.
중고도 이상(56dB 이상):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이 있는 수준입니다. 보청기만으로 부족할 경우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하기도 합니다.
보청기 착용의 효과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팀의 20년 추적 연구 결과, 70세 미만에서 청력손실 발견 후 보청기를 사용한 그룹은 미사용 그룹 대비 치매 발생 위험이 61% 낮았습니다. JAMA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보청기 착용 환자는 미착용 환자 대비 치매 유병률이 32%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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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력 보호를 위한 생활 습관
정기 검진 권고
대한이과학회에서는 40~50대 이후 1~2년에 한 번씩 청력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특히 소음 환경에서 근무하는 경우 연 1회 이상 정기 검사가 필요합니다.
소음 노출 관리
85dB 이상의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면 청력 손상 위험이 높아집니다. 이어폰 사용 시 볼륨을 60% 이하로 유지하고, 1시간 사용 후 10분 휴식을 권장합니다.
이독성 약물 주의
일부 항생제, 이뇨제, 항암제 등은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약물 복용 시 의사와 상담하여 청력 관련 부작용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전신 건강 관리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은 내이 혈류에 영향을 주어 청력 저하를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기저질환 관리가 청력 보호에도 도움이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자가진단에서 3개 이상 해당되면 반드시 난청인가요?
자가진단은 선별 목적의 참고 도구입니다. 3개 이상 해당된다고 해서 반드시 난청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며, 이비인후과에서 순음청력검사와 어음청력검사를 받아 정확한 진단을 받으셔야 합니다. 일시적인 컨디션, 귀지 막힘, 중이염 등 다른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난청은 유전되나요?
서울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선천성 유전성 난청은 전체 난청 원인의 약 50%를 차지합니다. 가족 중 난청 환자가 있다면 정기적인 청력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에 신경 쓰는 것이 좋습니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이 더 나빠지나요?
적절하게 처방된 보청기는 청력 악화를 가속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각 자극을 유지함으로써 뇌의 청각 처리 능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전문가의 처방 없이 맞지 않는 보청기를 사용하면 불편함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청각 전문가와 상담 후 착용하시기 바랍니다.
돌발성 난청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돌발성 난청은 응급 상황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발병 1주일 이내 치료를 시작하면 약 70%가 회복되지만, 2주를 넘기면 회복률이 30% 미만으로 떨어집니다. 갑자기 한쪽 귀가 잘 안 들리거나 귀가 먹먹해지면 즉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젊은 나이에도 난청이 올 수 있나요?
난청은 노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어폰 장시간 사용, 클럽이나 콘서트 등 고음량 노출, 스트레스 등으로 젊은 층에서도 소음성 난청이나 돌발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20~30대 난청 환자도 증가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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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난청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하면 충분히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입니다. 오늘 소개한 9가지 자가진단 항목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에서 청력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난청이 치매를 비롯한 인지기능 저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고 있는 만큼, “아직은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는 적극적인 확인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청력은 한번 손실되면 완전히 되돌리기 어렵지만, 보청기 등 청각 재활 도구의 도움으로 일상생활을 충분히 영위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