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6-4-3 병살!” 이라는 해설가의 외침이 들립니다. 타자가 방망이를 힘껏 휘둘러 땅볼을 쳤는데, 순식간에 두 명의 주자가 아웃되는 상황이죠. 오늘은 야구의 묘미를 더해주는 ‘병살’과 ‘병살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관련된 흥미로운 사례들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병살(Double Play)이란 무엇인가?
병살은 한자로 ‘倂殺’ 또는 ‘竝殺’이라고 쓰며, 영어로는 ‘Double Play(DP)’라고 합니다. 야구에서 노아웃 또는 1아웃 상황에서 미스 플레이 없이 연속으로 두 개의 아웃 카운트가 발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하나의 플레이 과정에서 두 명의 주자(또는 타자와 주자)가 동시에 아웃되는 상황이죠.
이런 병살 상황은 공격과 수비력이 모두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야만 나오는, 은근히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프로보다 수준이 현저히 낮은 아마야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플레이입니다.
병살타(GIDP)와 일반 병살의 차이점
병살타는 ‘Grounded Into Double Play(GIDP)’의 약자로, 타자가 땅볼을 쳐서 발생하는 병살을 특별히 지칭합니다. 모든 병살이 병살타는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병살이 일어나는 상황은 다양하지만, 병살타는 다음 조건이 필요합니다:
- 타자가 반드시 땅볼을 쳐야 함
- 포스 플레이(후발주자 또는 타자주자로 인해 선행주자가 무조건 진루해야 하는 상황) 상황이어야 함
즉, 직선타나 플라이 타구에 의해 타자와 주자가 함께 아웃되면 일반 병살(더블플레이)로 기록되지만, 병살타(GIDP)로는 기록되지 않습니다.
병살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가?
1. 가장 흔한 병살 유형: 내야 땅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병살 상황은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태에서 타자가 내야 땅볼을 쳤을 때입니다. 내야수가 공을 잡아 2루로 송구해 1루 주자를 아웃시키고, 2루수나 유격수가 다시 1루로 던져 타자까지 아웃시키는 형태입니다.
이때 병살의 종류는 내야수들의 송구 연결 순서에 따라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 6-4-3 병살: 유격수→2루수→1루수
- 4-6-3 병살: 2루수→유격수→1루수
- 5-4-3 병살: 3루수→2루수→1루수
- 1-6-3 병살: 투수→유격수→1루수
- 3-6-3 병살: 1루수→유격수→1루수
여기서 숫자는 야수 포지션 번호를 의미합니다. 투수(1), 포수(2), 1루수(3), 2루수(4), 3루수(5), 유격수(6), 좌익수(7), 중견수(8), 우익수(9)입니다.
2. 직선타 병살
타자가 강한 직선타를 치고, 이를 내야수가 잡은 다음 베이스에서 떨어져 있던 주자를 태그하거나 베이스를 밟아 아웃시키는 경우입니다. 이런 플레이는 주자가 공이 잡힌다고 예상하지 못하고 다음 베이스로 진루하다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 병살로 기록되지만, 병살타(GIDP)로는 기록되지 않습니다.
3. 희생플라이 병살
3루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자가 외야 플라이를 쳤고, 3루 주자가 태그업을 시도했으나 외야수의 정확한 송구로 홈에서 아웃된 경우입니다. 이 역시 병살이지만 병살타는 아닙니다.
4. 더 특이한 상황의 병살
때로는 더 복잡한 상황에서 병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22년 5월 두산 경기에서는 좌익수 땅볼에 의한 병살이 발생했습니다. 타자가 친 땅볼을 좌익수가 잡았는데, 2루와 1루에 있던 주자들이 이 타구를 좌익수 플라이로 착각하고 다음 베이스로 진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희귀한 케이스는 프로야구 감독도 처음 보는 플레이였다고 합니다.
KBO 리그 병살타 주요 기록
KBO 리그에서도 병살타 관련 다양한 기록이 있습니다:
- 현재 KBO 통산 최다 병살타 기록 보유자는 삼성 라이온즈의 강민호(244개)입니다.
- 두산 베어스의 양의지(202개)가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 이대호는 은퇴 전 239개의 병살타를 기록했습니다.
- 홍성흔(2013년)과 정성훈(2016년)은 역대 최초로 200개 이상의 병살타를 기록한 선수들입니다.
- 한 시즌 최다 병살타 기록은 2022년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가 기록한 34개입니다.
병살 관련 특별한 사건들
한 경기 최다 병살 기록
KBO 리그의 한 경기 최다 병살타 기록은 6개로, 두산이 2007년 6월 24일 잠실 KIA전과 2021년 6월 20일 수원 KT전에서 두 차례 기록했습니다. 2021년 경기에서 두산은 2회부터 ‘병살 악몽’이 시작되어 무려 6번이나 병살타로 물러났습니다.
최근에는 2024년 7월 12일 LG 트윈스가 대전 한화전에서 병살만 5개(땅볼 병살타 3개, 직선타 더블 플레이 2개)를 치며 0-4로 패배하는 경기도 있었습니다. 타격의 팀으로 알려진 LG가 이렇게 병살에 시달린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이례적인 판정 번복
2019년 6월 1일에는 프로야구 병살 상황에서 이례적인 동시 판정 번복이 일어났습니다. NC 유격수 노진혁이 2루에서 주자를 포스아웃시킨 뒤 1루로 공을 던져 병살을 노렸는데, 원심은 2루에서는 아웃, 1루에서는 세이프를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두 곳 모두 판정이 번복되어 2루는 세이프, 1루는 아웃으로 최종 판정되었습니다.
병살타에 대한 새로운 시각
병살타는 일반적으로 타자에게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병살타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1루에 나간 주자가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강타자들이 모인 팀일수록 출루율이 높고, 그만큼 병살타의 확률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병살타는 수비 입장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아웃 획득 방법입니다. 한 번의 수비 플레이로 두 개의 아웃을 만들어내니까요. 특히 6-4-3이나 4-6-3 병살과 같은 내야 병살은 관중들에게 짜릿한 장면을 선사하는 플레이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병살타와 더블플레이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더블플레이(병살)는 한 플레이에서 두 명이 아웃되는 모든 상황을 말합니다. 반면 병살타(GIDP)는 타자가 땅볼을 쳐서 발생한 병살만을 의미하며, 직선타나 플라이에 의한 병살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Q: 643 병살과 463 병살은 어떻게 다른가요?
A: 643 병살은 유격수(6)가 공을 잡아 2루수(4)에게 던지고, 2루수가 다시 1루수(3)에게 던져 완성된 병살입니다. 463 병살은 2루수(4)가 공을 잡아 유격수(6)에게 던지고, 유격수가 1루수(3)에게 던져 완성된 병살입니다.
Q: 삼중살(Triple Play)은 무엇인가요?
A: 삼중살은 한 플레이에서 세 명의 주자가 아웃되는 매우 희귀한 상황입니다. 무사 상황에서 주자가 2~3명 있을 때만 가능하며, 야구에서 가장 보기 힘든 플레이 중 하나입니다.
Q: KBO 리그 통산 최다 병살타 기록은 누구의 것인가요?
A: 현재 KBO 리그 통산 최다 병살타 기록은 삼성 라이온즈의 강민호가 보유하고 있으며, 2024년 현재 244개입니다. 은퇴 선수 중에서는 이대호가 239개로 높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병살의 묘미, 그 짜릿한 순간
병살은 야구 경기에서 수비팀에게 활력을 불어넣고, 공격팀의 기세를 꺾는 중요한 플레이입니다. 특히 프로야구에서 내야수들의 빠른 움직임과 정확한 송구가 만들어내는 6-4-3 병살과 같은 장면은 야구의 묘미를 더해주는 명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야구 경기를 시청하실 때, 병살이 발생하는 과정과 그 의미를 이해하며 보신다면 야구를 더 깊이 즐기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병살타를 많이 기록한 선수가 있다면, 그것은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라기보다는 그만큼 팀에 출루 기회를 많이 만들어준 선수일 수도 있다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도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