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갱신되는 기온 기록과 예측 불가능한 기후재난 앞에서,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의 근본적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2025년 환경부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정부는 기존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기후위기 걱정 없는 민생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이는 기후변화를 환경 이슈가 아닌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는 정부 시각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정부는 2025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술개발에만 무려 2조 7,496억 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3.9% 증가한 규모로, 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혁신 생태계 조성 등 3대 전략 분야에 중앙부처, 지자체, 민간이 합동으로 투자하는 전례 없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기후위기 적응 특별법: 통합 대응체계의 새로운 시작
2025년 정부 기후정책의 가장 혁신적인 변화는 ‘기후위기 적응 및 국민안전 강화에 관한 특별법’ 제정 추진입니다. 지금까지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기후적응 정책을 하나로 묶어 실행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입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범정부 기후위기 적응대책의 기본전략을 상반기 중 마련할 예정이며, 국민 안전과 기후물가 대응 등을 포함한 민생 패키지 대책이 핵심 내용이 될 것입니다. 특히 극한 홍수에 대비한 취약 하천의 신속 정비와 지역공감대 기반 기후대응댐 추진이 구체적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기후대응댐 건설지역 지원금이 기존 300~400억 원에서 600~800억 원으로 두 배 상향 조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폭적인 지원 확대는 기후재난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정책 방향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2035 NDC 수립: 국제사회의 기대와 국내 현실 사이
한국 정부는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2025년 2월까지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반드시 제출해야 합니다. 현재 환경부를 중심으로 관계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인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제적으로 EU는 55%, 일본은 46%, 독일은 77%라는 야심찬 2035년 감축목표를 설정한 상태입니다. 한국이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2030 NDC를 설정했지만, 2035년 목표는 더욱 도전적이면서도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지속적인 기후변화대응 R&D 투자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25년도 기후변화대응 R&D 예산 2.6조원은 기존의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AI 기후기술 융합: 차세대 혁신의 핵심 동력
2025년 기후정책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AI와 기후기술의 융합입니다.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AI기반미래기후기술개발원천연구사업’은 AI 융합 기후변화 예측 모델을 통해 한반도 기후재난과 복합재해 메카니즘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외교부가 주최한 ‘국제 AI와 기후변화 컨퍼런스’에서 논의된 바에 따르면, AI 기술은 탄소 배출 추적 및 감축, 기후변화 적응, 기후 예측 고도화, 기후 재원 조성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혁신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S&T 활성화 방안’은 전 세계적인 AI 활용 R&D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과학기술 전반에 AI 활용을 확산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합니다. 특히 기후 분야에서는 CCTV와 연계된 AI 기반 기후재난 예측 시스템이 국민 안전을 직접 보호하는 핵심 기술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기후테크 산업 생태계: 신성장 동력으로의 도약
2025년 정부 기후정책의 핵심 축 중 하나는 기후테크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기후테크 스타트업 레벨업 전략’에 따르면, 중소기업 맞춤형 ‘공정혁신 및 자원순환’ 기술 중점 육성, 그린 혁신리더 육성을 위한 창업생태계 활성화, 글로벌 기후테크 네트워크 확장이 3대 핵심 방향입니다.
환경부는 녹색전환보증사업을 통해 강소 기후테크 기업에 1.5조 원 규모의 보증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는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에게 획기적인 지원책이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지자체 차원에서도 경기도의 ‘유망기후테크 지정 및 지원사업’, 경상북도의 ‘기후테크 기업 육성지원’ 등 전국적으로 기후테크 기업 지원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은 전국적인 기후테크 생태계 조성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 선도도시: 지역 맞춤형 전략의 실험장
환경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선도도시 4개소 조성 사업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도모하는 혁신적 접근입니다. 지역특화 녹색산업클러스터를 활용하여 기후테크 기업의 연구·실증·상용화를 지원하고, 특성화대학원과 연계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기존 산업정책에서 벗어나 지역균형발전과 기후대응을 연계한 새로운 모델로 평가됩니다. 각 지역의 특성과 자원을 활용하여 맞춤형 탄소중립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
배출권거래제 고도화: 시장 메커니즘의 진화
2025년부터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의 가장 큰 변화는 시장참여자 확대입니다.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존 배출권할당대상업체에 더해 집합투자업자, 은행, 보험사까지 배출권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2026-2030)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배출허용 총량을 대폭 줄이고 유상할당 비중을 확대하여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합니다. 이는 기업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탄소 감축 노력을 유도하는 강력한 경제적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특히 정부는 탄소 크레딧을 탄소 감축 실적에 따라 상급, 중급, 하급으로 차등화해 발급하고 한국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탄소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한층 높여나갈 예정입니다.
국제 기후협력과 리더십 강화
2024년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최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합의된 신규 기후재원 조성 목표는 한국의 2025년 기후정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035년까지 연간 1.3조 달러의 글로벌 기후 투자 확대와 연간 3,000억 달러의 선진국 주도 재원 조성 합의는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와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고 있습니다.
외교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AI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기후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국제환경협약팀을 신설하여 유엔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등 기후환경 분야 국제규범 대응 역량을 강화했습니다. 특히 개도국 대상 ODA 사업을 통한 기후기술 전수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확산과 동시에 기후테크 기업의 해외진출 기회를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도전과 기회의 교차점에서
혁신적인 정책 계획에도 불구하고 2025년 정부 기후정책은 적지 않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정부 예산은 늘어났지만 기후변화 대응 예산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으며, 2035 NDC 설정 과정에서도 부처 간 이견으로 인한 지연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테크 R&D 사업의 평가 방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025년도 기후대응 R&D 사업 예산안이 2조 5,70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지만, 온실가스 감축 분야 비중이 76.7%로 여전히 높아 기후변화 적응 분야(13.4%)와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은 한국 기후정책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AI와 융합된 기후기술의 본격 상용화, 범부처 통합 적응대책의 실행, 기후테크 산업 생태계의 확산 등은 모두 기후위기 대응 역량을 질적으로 전환시키는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정책들이 국민들의 일상생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입니다. 극한 기후현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며,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정부 기후정책의 진정한 성공 지표가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의 정책 선택이 우리와 다음 세대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2025년 정부 기후정책이 그 중요한 첫걸음이 되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