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거세다. 과거 민주당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철학으로 접근하고 있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선언은 부동산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본격화된 정책 변화는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보호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연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실제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종합적으로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길, 이재명식 부동산 철학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부동산 정책의 핵심 철학은 명확하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수요 억제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공급 확대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는 세금과 규제를 통한 시장 개입보다는 시장 친화적 접근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며 문재인 정부 시절의 징벌적 과세 기조와 선을 그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는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대폭 인상으로 시장 혼란을 야기했던 전 정부의 실책을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분석이다.
6·27 부동산 대책: 역대급 대출 규제의 실체
이재명 정부가 출범 한 달여 만에 내놓은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은 예상과 달리 강력한 대출 규제였다. 지난 6월 27일 발표된 대책의 핵심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파격적 수준을 알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6억 원 상한제
가장 눈에 띄는 조치는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일괄적으로 6억 원으로 제한한 것이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는 소득과 집값에 상관없이 적용되는 전례 없는 강력한 규제다. 문재인 정부에서조차 15억 원 이상 고가 주택에만 주담대를 금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강도를 알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담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는 처음”이라며 “1분기 대출 정보 등을 봤을 때 6억 원 이상 대출 받은 사람은 10%도 안 되는 소수”라고 설명했다. 이는 고소득 전문직이나 대기업 맞벌이 부부의 ‘초영끌’ 주택 매수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다주택자 대출 전면 금지와 실거주 의무
추가로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추가 주택 구입 시 주담대를 전면 금지한다. 1주택자도 6개월 이내 기존 집을 처분하는 조건부로만 주담대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주담대를 받아 집을 구입한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도 부과돼 지방 거주자의 서울 부동산 투자를 원천 차단한다.
정책대출 한도 축소와 총량 감축
정책대출 한도도 대폭 줄었다. 디딤돌 대출의 경우 일반대출은 2억5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신생아 대출은 5억 원에서 4억 원으로 최대 1억 원씩 감축됐다. 전체 은행권 대출 총량도 하반기부터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해 연간 기준으로는 25% 줄어든다.
250만 가구 공급 계획, 과연 실현 가능할까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내 달성하겠다고 공약한 250만 가구 주택 공급은 그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 축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급 방안과 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아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기 신도시와 기존 신도시 재정비
공약에서는 빠졌지만 이 대통령은 4기 신도시 개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재정비사업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용적률 상향과 분담금 완화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언급하지 않아 이 부분의 규제 완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도 진행하여 인천과 경기·강원을 경강선으로, 경기 북부 접경지까지 KTX와 SRT 연장 운행을 추진한다.
부동산 세제 정책: 완화 기조로의 전환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정책 변화는 세제 부문에서 나타난다. 과거 국토보유세 도입과 주택보유세 강화를 공약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현상 유지나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방향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현행을 유지하거나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를 위해 ‘제2국민주소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지방에 주택을 보유했을 경우 세금 산정에서 제외하는 제도로, 지방 미분양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과거 세금 중심의 수요 억제 정책에서 벗어나 주택공급 확대와 세금 규제 완화를 핵심 기조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제도 개선: 10년 보장법 반대 입장
전세 관련 정책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실용적 접근이 돋보인다. 당내에서 추진하려 했던 ‘전세 10년 보장법’에 대해 “개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임대차 2법으로 인한 전세 시장 위축 경험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신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보증제도 강화와 전세자금 이차보전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DSR 완화와 미래소득 반영 정책
대출 규제 강화와 동시에 실수요자를 위한 완화 정책도 추진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층 주거복지 지원을 위해 미래 소득을 고려한 DSR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전세자금대출까지 DSR에 포함하는 등 규제 강화 방침을 보이고 있어, 매일경제는 “향후 당정협의를 통해 규제 또는 완화 방향으로 노선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라고 전했다.
부동산업계와 전문가들의 평가
건설업계는 새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이재명 정부에 “취득세 완화와 종부세 중과 폐지”를 요구하며 수요 활성화를 위한 세금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시장 전문가들은 신중한 관망론을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 Tax센터는 “이 대통령이 후보 때 내세운 10대 공약집에 부동산 정책에 관해서는 구체적 내용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 실제 정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집값 상승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새 정부의 부동산시장 규제 의지가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정책 변수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거래량이 적은데도 매수심리가 살아나는 제반 여건상 하반기 집값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주택공급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하까지 단행되면서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주목해야 할 정책 포인트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핵심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250만 가구 공급 계획의 구체적 실행 방안과 시기다. 둘째, 당정 간 대출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 조율 결과다. 셋째, 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제 개편의 구체적 방향이다.
넷째, 4기 신도시 개발과 기존 신도시 재정비 사업의 속도와 규모다. 다섯째, 전세사기 방지를 위한 보증제도 개선 방안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느냐에 따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실용주의적 접근의 성패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거 민주당 정권과는 확연히 다른 실용주의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세금과 규제보다는 공급 확대에 방점을 둔 정책 기조는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동시에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대출 규제로 시장을 안정시키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를 통한 근본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투트랙 전략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향후 구체적인 정책 실행 과정에서 나타날 세부 방안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