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는 빠른 속도와 강력한 신체접촉이 특징인 스포츠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하키 파이트’라 불리는 선수들 간의 주먹다짐은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이 독특한 문화에는 여러 특별한 용어와 규칙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아이스하키 경기 중 발생하는 싸움과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아이스하키 싸움의 역사
아이스하키에서의 싸움은 19세기 캐나다에서 이 스포츠가 인기를 얻기 시작할 때부터 그 역사가 함께합니다. 초창기 아이스하키는 규칙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이로 인해 신체적 위협과 통제가 경기의 일부로 자리 잡았습니다. 1875년 시작된 아이스하키는 초기에 스틱으로 위험하게 싸우다 목숨을 잃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맨손 싸움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게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1922년, NHL은 공식 규칙북에서 ‘피스티컵스(fisticuffs)’라고 불리던 싸움을 규제하는 Rule 56을 도입했습니다. 이 규칙은 싸움에 참여한 선수를 경기에서 퇴장시키는 대신 5분간의 메이저 페널티를 부과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규칙은 현재 NHL 규칙북의 Rule 46으로 변경되었지만, 기본 개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주요 싸움 관련 용어
1. 선수 역할 관련 용어
- 인포서(Enforcer): 팀에서 주로 싸움을 담당하는 선수. ‘집행자’라는 의미로, 상대팀의 거친 플레이를 제지하고 자기 팀의 핵심 선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 구너(Goon): 인포서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주로 하키 실력보다는 싸움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낮잡아 부르는 표현입니다. 프랑스어로는 ‘바가뢰르(bagarreur)’라고 합니다.
- 페스트(Pest): 직접 싸우지는 않지만 상대를 계속 자극하고 도발하여 싸움을 유도하는 선수. ‘골칫거리’라는 의미입니다.
- 파워포워드(Power Forward): 현대 NHL에서는 순수 인포서 유형보다는 ‘공격력과 기교를 겸비한 플레이어’로 진화한 포지션입니다.
- 헤비웨이트(Heavyweight): 체급이 큰 싸움꾼을 의미하며, 라이트 헤비웨이트(Light Heavyweight)라는 표현도 사용됩니다.
2. 싸움 행동 관련 용어
- 드로핑 더 글러브(Dropping the Gloves): 글러브를 벗어 던지는 행위로, 싸움을 시작하겠다는 의사 표시입니다.
- 더 코드(The Code): 하키 싸움을 규제하는 불문율 체계. 선수들이 싸움 시 준수해야 할 암묵적인 규칙들을 포함합니다.
- 고잉 포 잇(Going for it): 머리를 숙이고 최대한 빠르게 많은 펀치를 날리는 전술입니다.
- 로프 어 도프(Rope-a-dope): 상대가 지칠 때까지 공격을 받아내다가 기회를 보고 반격하는 전술입니다.
- 프리 패스(Free Pass): 상대 선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싸움을 거부할 때 이를 존중하는 매너를 의미합니다.
3. 페널티 및 규칙 관련 용어
- 파이팅(Fighting): 경기 중 격투를 했을 때 주어지는 페널티입니다.
- 파이브 포 파이팅(Five for Fighting): 싸움에 참여한 선수에게 부과되는 5분 메이저 페널티를 의미합니다.
- 인스티게이터(Instigator): 싸움을 먼저 시작한 선수에게 추가로 부과되는 2분 마이너 페널티입니다.
- 서드 맨 인(Third Man In): 이미 시작된 싸움에 세 번째로 개입한 선수에게 부과되는 규칙입니다. 즉각 퇴장 처리됩니다.
- 게임 미스컨덕트(Game Misconduct): 싸움 관련 심각한 규칙 위반 시 부과되는 페널티로, 해당 경기에서 퇴장됩니다.
- 매치 페널티(Match Penalty): 매우 심각한 싸움 관련 위반에 대한 퇴장 및 추가 출장정지 처분입니다.
- 더블 마이너 페널티(Double Minor Penalty): 4분간의 퇴장 처분으로, 싸움 관련 특정 상황에 부과됩니다.
- 파이트 스트랩(Fight Strap): ‘롭 레이 룰(Rob Ray Rule)’이라고도 불리며, 싸움 중 상대가 잡을 수 없도록 유니폼을 벗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유니폼 고정 끈입니다.
북미 프로리그 vs 국제대회에서의 싸움 규정 차이
북미 프로리그(NHL, AHL 등)와 국제대회(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에서는 싸움에 대한 규정이 크게 다릅니다. NHL에서는 싸움에 참여한 선수에게 5분 메이저 페널티만 부과하고 경기를 계속할 수 있지만,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규정에서는 즉각 퇴장 및 추가 출장정지가 적용됩니다.
NHL에서는 두 선수가 글러브를 벗고 동의하에 싸움을 시작하면 심판은 이를 허용하며, 한 선수가 넘어지거나 코피를 흘리는 등 명백한 패배의 징후가 보일 때까지 개입하지 않습니다. 반면,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과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싸움이 발생하면 즉시 중재하고 참가 선수들을 퇴장시킵니다.
NHL에서 인정되는 싸움의 암묵적 규칙들
NHL에서 싸움은 몇 가지 암묵적인 규칙을 따릅니다:
- 동의 원칙: 상대방이 싸움에 동의해야 합니다. 보통 “가자(Let’s go)” 또는 글러브를 벗는 행동으로 의사를 표시합니다.
- 1대1 원칙: 여러 명이 싸우더라도 반드시 1대1로 싸워야 합니다. 2대1로 싸우는 것은 금지됩니다.
- 스틱 사용 금지: 반드시 맨주먹으로만 싸워야 합니다. 스틱이나 다른 장비를 무기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 패배 인정: 상대가 넘어지거나 코피를 흘리면 싸움을 중단해야 합니다.
- 역할 존중: 인포서는 주로 다른 인포서와 싸웁니다. 기술 선수를 상대로 싸움을 걸지 않는 것이 매너입니다.
싸움이 발생하는 주요 이유
아이스하키에서 싸움이 발생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1. 보복(Retaliation)
가장 흔한 이유는 상대 선수의 반칙이나 더티 플레이에 대한 보복입니다. 특히 팀의 주요 선수가 위험한 타격을 받았을 때 인포서가 나서서 보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모멘텀 빌딩(Momentum Building)
경기 흐름이 좋지 않을 때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싸움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기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3. 위협과 억제(Intimidation & Deterrence)
상대팀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핵심 선수들에 대한 거친 플레이를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싸움을 사용합니다.
4. 스타 플레이어 보호(Star Protection)
웨인 그레츠키와 같은 스타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전담 인포서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상대팀이 스타 선수를 거칠게 플레이할 경우 대응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5. 팬 서비스(Fan Service)
특히 홈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비싼 입장료를 지불한 팬들에게 일종의 서비스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아이스하키 싸움의 변화와 추세
NHL에서는 1980년대에 싸움이 가장 절정에 달했으며, 경기당 평균 1.17회의 싸움이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싸움의 빈도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2014-15 시즌에는 경기당 0.32회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감소 추세는 여러 요인에 기인합니다:
- 선수들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 향상
- 뇌 손상에 대한 의학적 이슈 공론화
- 인포서 포지션의 감소
- 페어플레이를 선호하는 여론 증가
현대 NHL에서는 순수 인포서 유형은 찾아보기 어렵고, ‘파워포워드’라는 개념으로 ‘공격력과 기교를 겸비한 플레이어’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왜 아이스하키에서만 싸움이 허용되나요?
A: 아이스하키는 빠른 속도와 신체접촉, 그리고 스틱, 스케이트, 퍽 등 위험한 도구들이 존재하는 스포츠입니다. 맨손 싸움을 암묵적으로 허용함으로써 더 위험한 장비를 이용한 보복이나 싸움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또한 역사적, 문화적 배경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Q: 아이스하키 싸움의 암묵적 규칙은 무엇인가요?
A: 주요 규칙으로는 상대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 1대1로만 싸운다는 것, 스틱 등 장비를 무기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상대가 넘어지거나 코피를 흘리면 싸움을 중단한다는 것 등이 있습니다.
Q: 한국 아이스하키에서도 싸움이 허용되나요?
A: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규정을 따르며, 이 규정에서는 싸움 시 즉각 퇴장 및 추가 출장정지가 적용됩니다. 따라서 NHL처럼 싸움이 빈번하게 발생하지 않습니다.
Q: 여자 아이스하키에서도 싸움이 있나요?
A: 여자 아이스하키에서는 싸움이 매우 드물지만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여자 아이스하키 리그에서는 싸움에 대해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합니다.
Q: NHL에서 가장 유명한 싸움꾼은 누구인가요?
A: NHL 역사에서 유명한 인포서로는 밥 프로버트(Bob Probert), 타이 도미(Tie Domi), 조지 라로크(Georges Laraque), 데릭 보가드(Derek Boogaard) 등이 있습니다. 한 시즌에 가장 많은 싸움에 참여한 기록은 2009-10 시즌 제논 코놉카(Zenon Konopka)의 33회입니다.
결론
아이스하키 경기 중 발생하는 싸움은 다른 스포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입니다. 이 싸움에는 다양한 용어와 불문율이 존재하며, 이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통해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스포츠에서는 선수 안전과 페어플레이가 더욱 중요시되면서 싸움의 빈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아이스하키 싸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이 스포츠의 역사와 전통을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조건적인 폭력이 아닌, 나름의 규칙과 이유가 있는 독특한 스포츠 문화의 한 측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