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안에서는 매 순간 수많은 소기관이 생성되고 이동하며 생명 활동을 이어갑니다. 마치 대도시의 지하철처럼 정교한 이동 시스템이 작동하지만, 소기관이 인접한 이동 통로로 ‘환승’하는 순간은 지금까지 가설로만 존재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이 환승의 순간을 실시간 영상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2025년 1월 21일 국제학술지 ‘ACS Nano’에 게재되었습니다.
연구 배경: 가설로만 존재했던 소기관의 환승
세포 내부에는 다양한 소기관들이 특정 경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소포체와 미세소관은 세포 내 물질 이동의 주요 통로 역할을 합니다. 과학자들은 소기관이 한 통로에서 다른 통로로 옮겨 타는 ‘환승’ 현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해왔지만, 이 순간을 직접 관찰한 적은 없었습니다.
관측의 기술적 한계
기존 현미경 기술로는 살아 있는 세포에서 소기관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어려웠습니다. 소기관의 크기는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수준이고, 이동 속도는 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로 측정해야 할 만큼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로 소기관 간 이전 현상은 오랫동안 가설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연구 방법: DySLIM 기술의 탄생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조민행 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과 홍석철 교수(고려대 물리학과)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간섭산란 영상 기법 기반의 DySLIM(Dynamic Scattering-particle Localization Interference Microscopy) 장치로 이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형광 표지를 이용한 동시 관찰
연구팀은 자가포식체의 형성과 성숙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LC3 단백질에 형광 표지를 붙였습니다. 이 단백질이 미세소관에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에 착안해, 하나의 형광 신호만으로 자가포식체와 미세소관을 동시에 구분해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구현했습니다. 자가포식체, 소포체, 미세소관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도록 다중 모드 영상 시스템도 함께 구축했습니다.
연구 성과: 세계 최초 실시간 영상화
연구팀은 소포체에서 생성된 자가포식체가 인접한 미세소관으로 이전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소포체와 미세소관이 만나는 아주 좁은 접합 부위에서 일어나는 자가포식체의 순간적 이전 현상을 밀리초 단위의 시간 분해능과 나노미터 수준의 공간 정밀도로 포착했습니다.
동력학적 분해생물학의 시작
이번 연구는 살아 있는 세포에서 소기관 간 이동 과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직접 분석해 규명한 첫 실험 사례입니다. 교신저자 홍석철 교수는 “고감도-고속 영상 기술을 통해 세포 소기관 간 상호 작용을 직접 관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미시 세계에서의 대사 과정을 시간과 공간의 축에서 동시에 해석하는 동력학적 분해생물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을 여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자가포식(오토파지)이란 무엇인가
자가포식(Autophagy)은 세포가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구성 요소를 스스로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입니다. 단순한 제거가 아니라 세포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효모에서 이 과정의 메커니즘을 규명해 2016년 노벨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자가포식의 과정
자가포식 과정에서는 대상 세포질 구성 성분이 이중막에 둘러싸여 자가포식체(autophagosome)를 형성합니다. 이 자가포식체는 리소좀과 융합하고, 내용물이 분해되어 영양과 에너지로 재활용됩니다. 세포가 기아 상태일 때도 생존에 필요한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일부를 분해하는 것입니다.
질병과의 연관성
자가포식 조절이 원활하지 않으면 당뇨병, 신경장애, 감염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특히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과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이번 IBS의 연구 성과가 난치성 질환 극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구의 의의와 향후 전망
이번 연구는 기존에 가설로만 존재했던 소기관 간 이동 현상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DySLIM 기술은 향후 세포 내 다양한 소기관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데 폭넓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의료 분야 응용 가능성
자가포식 과정의 이상은 다양한 질병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번 연구로 개발된 관측 기술은 자가포식 관련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을 더 정확히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세포 내 대사 과정을 시간과 공간 축에서 동시에 분석할 수 있게 되어, 약물의 세포 내 작용 과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세포 소기관이란 무엇인가요?
세포 소기관은 세포 내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물입니다. 미토콘드리아(에너지 생산), 소포체(단백질 합성), 리소좀(분해), 골지체(물질 수송) 등이 대표적입니다. 각 소기관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세포의 생명 활동을 유지합니다.
DySLIM 기술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DySLIM은 간섭산란 영상 기법 기반의 현미경 기술입니다. 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의 시간 분해능과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수준의 공간 정밀도로 살아 있는 세포 내 소기관의 이동을 실시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자가포식(오토파지)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가포식은 세포가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구성 요소를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세포의 항상성 유지와 에너지 공급에 필수적이며, 이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당뇨병, 암,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의료 분야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요?
자가포식 관련 질환의 발병 메커니즘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되어, 퇴행성 뇌질환이나 암 등 난치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약물의 세포 내 작용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연구도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이 연구는 어디에 발표되었나요?
이번 연구 결과는 2025년 1월 21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ACS Nano'(Impact Factor 16.1) 온라인판에 게재되었습니다.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의 조민행 단장과 홍석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습니다.
오토파지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있나요?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1988년부터 효모에서 자가포식의 메커니즘을 연구해 1992년 그 과정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업적으로 2016년 노벨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번 IBS 연구는 그의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됩니다.
마무리
IBS 연구팀의 이번 성과는 수십 년간 가설로만 존재했던 세포 소기관의 ‘환승’ 현상을 세계 최초로 실시간 영상으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자체 개발한 DySLIM 기술은 밀리초 단위의 시간과 나노미터 수준의 공간에서 세포 내 미시 세계를 관찰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는 동력학적 분해생물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의 문을 여는 이정표입니다.
자가포식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의 후속 연구를 주목해 보시기 바랍니다. 세포의 비밀을 밝히는 이 여정이 난치성 질환 극복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