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을 걷어낸 직선과 정직한 재료만으로 공간을 규정할 수 있을까요? 20세기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예술가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예술 작품뿐 아니라 가구 디자인을 통해 “단순함 속의 정직함”이라는 철학을 실천했습니다. 2025년 11월 27일부터 2026년 4월 26일까지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개최되는 <Donald Judd: Furniture> 전시는 국내 최초로 저드의 가구 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자리입니다.
예술과 사물의 경계를 재정의한 철학
도널드 저드는 “가구는 예술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그의 가구는 예술 작품만큼이나 강력한 미학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는 “가구는 반드시 사용성과 유용성을 지녀야 한다”는 철학 아래 침대, 책상, 의자, 선반 같은 일상적 오브제를 디자인했습니다. 가구를 장식물이 아닌 공간을 규정하고 형성하는 오브제로 바라본 그의 시각은 현대 디자인 철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니멀리즘 정신의 구현
저드의 가구는 미니멀리즘의 핵심 원칙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장식적이거나 불필요한 조형 요소를 최소화하여 기능과 형태가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추상표현주의 이후 등장한 그의 작품은 단순한 형태와 반복적인 모듈을 특징으로 하며, 회화와 조각, 예술과 사물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미술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공간과 비례의 중요성
스스로를 조각가라고 칭하지 않았음에도 그의 작품 대부분은 3차원적 설치작품입니다.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비례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비율과 구조에서 환희를 느꼈던 그는 가구 디자인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철저히 적용했습니다.
도널드 저드 가구의 핵심 특징
1970년대 초 도널드 저드는 뉴욕 101 스프링 스트리트에 있는 자신의 거주 공간을 위해 가구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첫 번째 작품은 호두나무 침대와 금속 선반이었으며, 이후 1977년 텍사스 마파(Marfa)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가구 제작에 몰두했습니다.
재료의 정직함
나무, 금속, 합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했지만, 재료 자체의 색과 질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나무는 결이 보이는 무늬목을 사용하고, 금속은 표면을 지나치게 반짝이지 않게 처리했습니다. 합판, 스틸, 알루미늄, 황동 등의 재료가 지닌 본연의 아름다움이 미니멀리즘적 가치를 만든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듯한 직각의 미학
저드의 가구는 어떤 소재를 사용하든 반듯한 각이 특징입니다. 직선과 직각으로만 구성된 형태는 단순해 보이지만, 정확한 비율과 구조 계산을 통해 시각적 쾌감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기하학적 형태는 그의 조각 작품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미학적 언어입니다.
장인 정신과 품질
저드는 제작에 지역 목수와 숙련된 장인의 전문적인 수작업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단순한 형태이지만 정밀한 제작 과정을 거쳐야만 그가 추구하는 완벽한 비례와 구조를 구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 구성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널드 저드의 가구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자리입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저드가 나무, 금속, 합판으로 제작한 주요 가구 작품 38점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30여 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원작을 바탕으로 저드 재단(Judd Foundation)에서 정확하게 재제작한 작품입니다.
4개 공간으로 구성된 전시
지하 2층과 3층에 걸쳐 네 개의 공간으로 조성된 전시장은 저드가 실제로 생활하고 작업했던 환경을 연상시킵니다. 침대, 의자, 책상, 선반 등 일상적 가구가 배치된 공간을 통해 관람객은 저드의 디자인 철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습니다.
가구를 넘어선 예술 세계
가구 38점과 함께 가구 구조의 뼈대를 보여주는 드로잉 22점, 형태와 색채 실험의 계보를 잇는 판화 37점이 함께 전시됩니다. 이를 통해 저드의 가구 디자인이 그의 예술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시는 ‘가구 전시’라는 명칭을 달고 있지만, 저드의 예술과 철학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자리입니다.
관람 정보
전시는 2025년 11월 27일부터 2026년 4월 26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48에 위치한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진행됩니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설과 추석 연휴에는 휴관합니다.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 연계 프로그램
전시와 연계하여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에서는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무빙 이미지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통해 도널드 저드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Donald Judd Marfa Texas’가 상영됩니다. 20세기 미술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미니멀 아트의 거장 저드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다큐멘터리는 그의 철학과 작업 과정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도서 자료 소장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는 도널드 저드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2020년 데이비드 즈워너 뉴욕(David Zwirner New York)에서 열린 전시회를 기념해 출판된 카탈로그를 비롯해 저드의 저서와 연구 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구 디자인의 시작과 발전
도널드 저드가 가구 디자인을 시작한 것은 실용적 필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1970년 뉴욕에서 자신의 거주 공간에 맞는 가구를 직접 디자인하면서 시작된 이 작업은 이후 그의 중요한 창작 활동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1977년 텍사스 마파로 이주한 후에는 더욱 본격적으로 가구 제작에 집중했습니다.
예술가이자 비평가, 건축가
저드는 예술가이자 예술비평가, 가구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습니다. 그의 가구는 그리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명료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철학이 예술과 가구를 가르지 않고 일관되게 적용되었습니다. 저드의 아들 플라비오 저드는 “아버지는 가구를 예술로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명료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철학은 예술과 가구를 가르는 것이 아니었죠”라고 회고했습니다.
실용성의 역설
저드는 생전에 “가구와 예술작품은 구분돼야 하며 가구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전시장에서 그의 의자는 관람객 착석이 금지됩니다. 작가가 추구했던 실용성의 철학과 현재 전시 환경 사이의 이러한 역설은 가구와 예술의 경계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현대 디자인에 미친 영향
도널드 저드의 가구는 발표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좋은 디자인은 단순하고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은 현대 미니멀 디자인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장식을 배제하고 기능과 형태의 본질에 집중하는 그의 접근 방식은 21세기 디자인 철학에도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공간을 규정하는 오브제
저드의 디자인 철학 중 “가구는 장식물이 아니라 그것이 놓인 공간을 규정하고 형성하는 오브제여야 한다”는 개념은 현대 공간 디자인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가구가 단순히 공간 안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주체가 된다는 이 관점은 건축과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참조되고 있습니다.
DIY 문화와의 연결
저드의 가구 디자인은 재료의 구성도와 세부적인 도면이 공개되어 있어 DIY로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이는 디자인의 민주화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복잡한 기술이나 장비 없이도 정확한 비율과 구조만 이해한다면 누구나 저드의 디자인 철학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도널드 저드는 누구인가요?
도널드 저드(1928-1994)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미니멀리즘 예술가입니다. 추상표현주의 이후 새로운 방향을 개척했으며, 단순한 형태와 반복적인 모듈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으로 회화와 조각, 예술과 사물의 경계를 허무는 자신만의 미술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도널드 저드 가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인가요?
장식적이거나 불필요한 조형 요소를 최소화하여 기능과 형태가 단순하고 명료한 것이 특징입니다. 합판, 스틸, 알루미늄, 황동 등 재료 자체 그대로의 색과 질감을 드러내며, 반듯한 직각과 정확한 비율로 구성됩니다.
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는 언제까지 진행되나요?
2025년 11월 27일부터 2026년 4월 26일까지 진행됩니다.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설과 추석 연휴에는 휴관합니다.
전시에서 어떤 작품들을 볼 수 있나요?
1970~1990년대 제작된 가구 38점, 가구 구조의 뼈대를 보여주는 드로잉 22점, 판화 37점 등 총 100여 점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침대, 책상, 의자, 선반 같은 일상적 가구들이 실제 생활 공간을 재현한 4개의 전시 공간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도널드 저드는 왜 가구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나요?
1970년대 초 뉴욕 자신의 거주 공간을 위해 실용적 필요에서 가구 디자인을 시작했습니다. 첫 작품은 호두나무 침대와 금속 선반이었으며, 1977년 텍사스 마파로 이주한 후 본격적으로 가구 제작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저드는 가구를 예술로 생각했나요?
저드는 “가구는 예술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는 “가구와 예술작품은 구분돼야 하며 가구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명료하고 정직해야 한다는 철학은 예술과 가구 모두에 일관되게 적용되었습니다.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에서도 관련 프로그램이 있나요?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에서는 ‘무빙 이미지 스크리닝’ 프로그램을 통해 도널드 저드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Donald Judd Marfa Texas’를 상영합니다. 저드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그의 철학과 작업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마무리
도널드 저드의 가구는 단순한 디자인 오브제를 넘어 미니멀리즘 철학의 구현체입니다. 장식을 배제하고 재료의 본질을 드러내며, 정확한 비율과 구조로 공간을 규정하는 그의 접근 방식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현대 디자인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가구는 반드시 사용성과 유용성을 지녀야 한다”는 저드의 철학은 실용성과 미학의 균형을 제시합니다
- 직선과 직각으로만 구성된 단순한 형태 속에 숨은 정밀한 비율 계산과 장인 정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는 저드의 가구 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기회입니다
2026년 4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서 미니멀리즘의 본질과 정직한 디자인의 가치를 직접 경험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