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 인상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금연 전문가들이 담배 가격을 1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정부도 은밀하게 담배세 인상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담배값 1만원 주장의 배경, 무엇이 문제인가?
대한금연학회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연구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담배 가격이 4500원인데, 이는 OECD 평균인 9869원(8.54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매일경제
조홍준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담배와의 싸움은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공공의 이익을 위한 투자”라며 새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담뱃값 인상으로 확보된 재원의 50% 이상을 담배 규제와 금연 지원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흥미롭게도 편의점 한 곳당 평균 30여 개의 담배 광고물이 설치되어 있으며, 학교 절대정화구역 내 편의점조차 광고 금지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의 의미심장한 발언
담배값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 때문입니다. 정 장관은 “담배 가격 정책을 통해 담배 소비 및 청소년 흡연율이 감소했지만, 최근에는 정체 상태이며 신종 담배가 확산하고 있어 가격 및 비가격정책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시사저널
이는 정부 차원의 인식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2015년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된 이후 10년간 동결되어 왔던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세수 확보와 재정 위기, 정부의 절박한 현실
담배값 인상 논의가 탄력을 받는 또 다른 배경은 정부의 재정 상황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과 경기 침체로 인해 지난 2023년과 2024년 각각 56조4000억원, 30조8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 제세부담금이 11조7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만약 담뱃값이 8000원으로 인상된다면 산술적으로 제세부담금은 연간 20조원을 넘게 걷히게 됩니다. 매년 9조원 넘는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셈이죠.
이재명 정부가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등 다양한 세목의 인상을 통해 세수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세는 상대적으로 저항이 적은 세목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과거 담배값 인상의 교훈과 효과
담배 가격 인상의 효과는 이미 검증되었습니다. 2015년 담뱃값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된 이후, 남성 흡연율은 2014년 43.2%에서 2015년 39.4%까지 떨어졌습니다. 비록 이후 다소 회복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흡연율 감소 효과가 지속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담배 판매량 역시 2014년 43.6억 갑에서 지난해 35.3억 갑으로 19% 감소했습니다. 동시에 정부가 거둬들인 제세부담금은 7조원에서 11.7조원으로 67.1% 늘어났습니다. Bloter
액상형 전자담배, 우선 타겟이 될까?
궐련 담배의 급격한 인상이 부담스러운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부터 손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것으로 정의되어, 합성 니코틴으로 만들어지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에 부과하지 못한 제세부담금이 최근 4년간 3조38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은경 장관도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도 궐련 담배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유해하므로 동일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세계 각국의 담배 가격 현황
한국의 담배 가격을 세계와 비교해보면 상당히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호주는 궐련 한 갑 가격이 약 50호주달러(약 4만5000원)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프랑스는 약 12유로(약 2만원), 미국은 평균 8달러(약 1만1000원)입니다.
흥미롭게도 일본은 약 450엔(약 4500원)으로 한국과 비슷한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OECD 평균에는 여전히 크게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서울경제
담배업계의 고충과 기대감
10년간 가격이 동결되는 동안 담배 제조업체들의 부담은 가중되었습니다. KT&G의 경우 매출원가율이 2015년 33.5%에서 지난해 52%까지 증가했습니다. 담배 가격은 제자리에 머물렀지만 원부자재 상승으로 제조 원가는 계속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담배업계는 정부 주도의 가격 인상을 반기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세금 인상에 맞춰 자체 순매출단가 인상을 추진하면, 가격 인상에 따른 여론의 비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쯤 담배값이 오를까?
현재로서는 담배값 인상의 구체적인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인상 폭과 인상 시기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발표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해보면,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부터 시작해서 점진적으로 일반 담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특히 세수 확보가 시급한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건강이라는 명분과 재정 확보라는 실리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담배세 인상이 매력적인 옵션입니다.
서민 부담과 사회적 논란
담뱃값 인상이 현실화되면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현재 담배 가격 4500원 중 세금이 3323원(73.8%)을 차지하고 있어, 추가 인상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저소득층 흡연자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담배 가격 인상 정책은 소득 하위 집단에서 더 큰 흡연 감소 효과를 보이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저소득층에게 더 큰 경제적 타격을 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금연 효과와 국민 건강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값 인상의 금연 효과는 명확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가격을 10% 인상하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흡연량이 약 4% 감소한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도 2015년 담뱃값 인상 이후 청소년 흡연율이 크게 감소했습니다. 남학생의 경우 19.5%에서 14.0%로, 여학생은 5.0%에서 3.3%로 각각 감소했습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5%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고려할 때, 담배값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정책 수단으로 보입니다.
결론: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까지의 정황을 종합해보면, 담배값 1만원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강력한 촉구, 정부의 재정 위기, 그리고 정은경 장관의 의미심장한 발언까지, 모든 조건이 담배값 인상으로 수렴하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인상 시기와 폭은 여전히 불확실합니다.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명분과 세수 확보라는 실리, 그리고 서민 부담이라는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신중한 접근을 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흡연자라면 금연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시점이고, 정책 당국은 국민 건강과 사회적 형평성을 모두 고려한 균형잡힌 정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담배값 인상이라는 변화의 바람 속에서, 우리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