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바로 알기: 편견을 넘어 정확한 이해와 치료로 일상 되찾기

혹시 주변에서 갑자기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순간 당황스러우면서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 망설였던 경험이 있으실 텐데요. 바로 뇌전증(과거 간질) 발작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뇌전증을 불치병이나 정신질환으로 오해하고 계시지만, 실제로는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관리 가능한 신경질환입니다. 이 글을 통해 뇌전증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최신 치료법, 그리고 일상에서 주의할 점들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뇌전증이란 무엇인가요? 정의와 기본 이해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전기적 흥분을 일으켜 발생하는 반복적인 발작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신경질환입니다. 쉽게 말해, 뇌에서 전기 신호가 비정상적으로 발생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죠.

대한뇌전증학회에 따르면, 뇌전증은 특별한 원인 인자 없이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의 비유발성 발작이 발생하거나, 한 번의 비유발성 발작 후 향후 10년간 재발 위험이 60% 이상인 경우로 정의됩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한 번의 경련이나 발작만으로는 뇌전증으로 진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뇌전증과 간질,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사실 뇌전증과 간질은 같은 질환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다만 ‘간질’이라는 용어에 담긴 사회적 편견과 오해 때문에 2009년부터 공식적으로 ‘뇌전증’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간질’이라는 한자어 자체가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환자들이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뇌전증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질병 자체보다는 사회적 편견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정확한 의학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이런 편견을 줄이고, 환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어요.

뇌전증 발작의 종류와 증상 이해하기

뇌전증 발작은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뉩니다. 각각의 특징을 알아두시면 응급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실 수 있어요.

부분발작 – 뇌의 일부분에서 시작되는 발작

단순부분발작은 의식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합니다. 침범된 뇌 영역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손가락이나 팔다리의 국소적 경련, 이상한 냄새나 맛을 느끼는 후각·미각 환각, 갑작스러운 기시감(데자뷰) 등이 대표적입니다.

복합부분발작은 의식 장애가 동반됩니다. 환자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거나, 입맛을 다시거나, 옷을 만지작거리는 등의 자동증(automatism)이 나타날 수 있어요. 발작 후에는 해당 시간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신발작 – 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발작

전신발작은 뇌의 양쪽 반구에서 동시에 시작되는 발작입니다. 가장 흔한 형태인 강직간대발작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련 발작의 모습으로, 온몸이 뻣뻣해지면서(강직기) 이어서 율동적인 경련(간대기)이 나타납니다.

결신발작은 주로 소아에게서 나타나며, 갑자기 의식을 잃고 멍하니 있다가 몇 초 후 정상으로 돌아오는 특징이 있어요. 주변에서는 단순히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여서 놓치기 쉬운 발작 유형입니다.

뇌전증의 원인과 위험요인 파악하기

뇌전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자료에 따르면, 연령대별로 주요 원인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소아·청소년기에는 주로 뇌 발달 이상이나 유전적 요인, 분만 시 뇌손상이 원인이 됩니다. 성인기에는 두부외상, 뇌종양, 뇌졸중이 주요 원인이며, 노년기에는 뇌혈관질환이나 퇴행성 뇌질환이 가장 흔한 원인이 되죠.

하지만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60%는 명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특발성 뇌전증입니다. 이는 유전적 소인이 있거나, 아직 의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미세한 뇌 구조 이상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하고 있어요.

뇌전증 발작을 유발하는 요인들

뇌전증 환자에게는 발작을 유발할 수 있는 특정 요인들이 있습니다. 수면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 깜빡거리는 빛(광자극), 호르몬 변화 등이 대표적이에요. 이런 유발 요인들을 미리 파악하고 피하는 것만으로도 발작 빈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뇌전증의 현대적 치료법과 완치 가능성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것이 바로 뇌전증의 치료 가능성입니다. 좋은 소식은 현재 뇌전증 환자의 약 70-80%가 적절한 치료를 통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1차 치료법: 항경련제 약물치료

뇌전증 치료의 핵심은 항경련제 복용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자료에 따르면, 뇌전증 환자의 60-70%는 적절한 약물치료만으로도 발작을 완전히 조절할 수 있어요. 현재 사용되는 주요 항경련제로는 카바마제핀, 발프로에이트, 라모트리진, 레베티라세탄 등이 있습니다.

항경련제는 환자의 발작 유형, 나이, 성별,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맞춤형으로 처방됩니다. 처음에는 한 가지 약물로 시작해 효과가 부족할 경우 용량을 늘리거나 다른 약물과 병용하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약물치료 시 주의사항과 부작용 관리

항경련제는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므로 부작용 관리가 중요합니다. 주요 부작용으로는 졸음, 어지러움, 체중 변화, 피부 발진, 간 기능 이상 등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부작용은 용량 조절이나 약물 변경을 통해 해결 가능합니다.

중요한 점은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약물 중단은 오히려 더 심한 발작을 유발할 수 있어요. 약물 중단은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 하에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수술적 치료: 난치성 뇌전증의 새로운 희망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전체의 약 20-30%)에게는 수술적 치료가 고려됩니다. 주요 수술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어요.

절제술은 발작을 일으키는 뇌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입니다. 특히 측두엽 뇌전증의 경우 수술 성공률이 70-80%로 매우 높은 편이에요. 미주신경자극술은 목 부위에 전기자극 장치를 삽입해 뇌전증 발작을 줄이는 방법으로, 절제술이 어려운 경우에 시행됩니다.

뇌전증 환자의 일상 관리법과 응급대처 요령

일상생활에서의 주의사항

뇌전증 환자도 적절한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대부분의 일상활동이 가능합니다. 규칙적인 생활 패턴 유지,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기본이에요. 운동의 경우 걷기, 달리기, 요가, 헬스 등은 안전하게 할 수 있지만, 수영이나 높은 곳에서의 활동은 동반자와 함께 하는 것이 좋습니다.

뇌전증 발작 시 올바른 응급처치 방법

주변에서 누군가 뇌전증 발작을 일으킬 때 당황하지 마시고 다음과 같이 대처하세요.

  • 환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주변의 위험한 물건들을 치워주세요
  • 머리 아래 부드러운 것을 받쳐주고, 옷을 느슨하게 해주세요
  • 절대로 입안에 뭔가를 넣거나 혀를 잡아당기려 하지 마세요
  • 발작 시간을 재어보시고, 5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119에 신고하세요
  • 발작이 끝난 후 환자가 의식을 회복할 때까지 옆에서 지켜봐 주세요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극복하기

현재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 수는 약 25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생각보다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편견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뇌전증은 정신질환이 아닌 신경질환이며, 전염되지 않고, 지능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도스토옙스키, 나폴레옹, 차이콥스키 등 역사상 많은 위인들이 뇌전증을 앓으면서도 훌륭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뇌전증 환자도 얼마든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요.

자주 묻는 질문들

뇌전증은 완치가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전체 뇌전증 환자 중 약 40%는 2-3년간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으면 재발 없이 완치되며, 추가 40%는 약물로 충분히 조절 가능합니다. 나머지 20%도 수술 등으로 개선될 수 있어요.

뇌전증 약을 평생 먹어야 하나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2-5년간 발작이 완전히 조절된 경우, 의료진 판단 하에 서서히 약물을 감량하여 중단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개인차가 크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합니다.

뇌전증 환자도 운전이 가능한가요?

발작이 완전히 조절된 상태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운전이 가능합니다. 다만 국가별로 기준이 다르므로 담당 의료진과 상의 후 관련 법규를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임신과 출산이 가능한가요?

적절한 관리 하에 임신과 출산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임신 계획이 있으시다면 미리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여 약물 조정 등 필요한 준비를 하시면 됩니다.

뇌전증은 더 이상 숨겨야 하거나 포기해야 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올바른 사회적 인식이 뒷받침된다면 뇌전증 환자도 얼마든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요. 뇌전증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환자들이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뇌전증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전문의와 상담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