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휴가철을 맞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섬 관광지 울릉도에 또다시 논란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비계 삼겹살’ 논란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은 가운데, 이번에는 택시 바가지 요금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울릉도 관광업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구독자 74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가 공개한 울릉도 택시 탑승 영상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내비게이션 예상 요금 2만 3천원에 비해 무려 5만원이 넘는 요금이 청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울릉도의 교통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충격적 실상: 예상 요금의 두 배를 넘나드는 택시비
문제의 발단은 지난 7월 30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울릉도를 처음 방문한 한 유튜버가 북면의 숙소에서 서면의 식당까지 택시를 이용했는데, 휴대폰 내비게이션 앱으로 확인한 최단 경로는 약 17.6km에 예상 요금 2만 3천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택시는 내비게이션이 제시한 왼쪽 경로가 아닌 정반대인 오른쪽 방향으로 향했습니다. 유튜버가 “지도를 보고 있는데 반대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문의하자, 택시 기사는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실제 이동 거리는 약 23km로 늘어났고, 최종 요금은 5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택시 기사의 반응이었습니다. 유튜버가 “울릉도 택시가 원래 이렇게 비싼가”라고 묻자, 기사는 “서울은 100원 단위로 올라가지만, 여기는 1원 단위로 오른다”며 “관광객들은 울릉도 택시가 오히려 싸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울릉도만의 특수한 택시 요금 체계, 그 이면의 진실
울릉도의 택시 요금 체계는 육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현재 기본요금은 2km당 4,000원이며, 이후 131m마다 269원이 추가됩니다. 이는 2023년 4월 경상북도와 울릉군이 택시업계의 경영난과 타 지자체 인상률을 고려해 조정한 결과입니다.
이 요금 체계를 적용하면 23km 운행 시 약 52,200원(콜비 2,000원 포함), 17.6km 최단 경로 이용 시 약 38,000원이 나옵니다. 경로 선택에 따라 약 14,000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울릉도 택시업계의 특수한 사정도 있습니다. 전체 47대의 택시는 모두 4륜구동 SUV나 대형 승합차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파른 지형과 좁은 도로, 급경사와 급커브가 많은 울릉도의 특성상 일반 중형택시로는 운행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풍으로 인한 염분 피해와 높은 유지비용, 공차 운행률 등이 요금 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논란, 관광업계에 드리운 먹구름
울릉도는 올해 들어서만 여러 차례 관광 서비스 관련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지난 7월에는 ‘비계 삼겹살’ 사건이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고, 에어컨이 고장 난 숙박시설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이로 인해 해당 식당은 울릉도 최초로 7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연이은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더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하고 지속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개선책으로는 민간 차원의 관광서비스업 협의체 구성, 합리적 가격 책정과 원산지 표시제 도입, 서비스 친절도 및 위생 관리의 정기적 점검과 인증제 도입 등을 제시했습니다.
논란 속에서도 계속되는 관광객 몰림 현상
흥미롭게도 연이은 바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2일 폐막한 ‘울릉해변가요제’에는 이틀간 4천여 명의 관광객이 몰렸으며, 이는 전체 울릉군민 절반에 가까운 숫자입니다. 포항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대형여객선도 매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울릉군수의 빠른 사과와 행정 조율, 그리고 울릉군민들의 자구 노력이 한몫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남한권 군수는 “이렇게까지 수많은 관광객들이 오실 줄 몰랐다”며 “여러 언론과 네티즌들께서 지적해주신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다시 찾을 수 있는 울릉도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구조적 문제가 낳은 오해와 갈등
울릉도 택시 조합 관계자는 “요금은 군이 용역을 거쳐 승인한 미터기 체계로,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번에 문제가 된 기사가 최단 경로가 아닌 저동·도동을 경유한 것은 분명한 판단 착오였다”고 인정했습니다.
핵심 문제는 복잡한 요금 체계에 대한 안내 부족입니다. 앱 기반 호출 시스템도 없고, 요금 안내도 기사의 구술이나 일부 숙박업소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요금 고지 방식이나 거리 경로에 대한 설명이 부재할 경우 오해를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특히 육지 기준으로 계산된 내비게이션 앱의 예상 요금과 울릉도의 실제 요금 체계 간 차이는 관광객들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울릉도는 131m당 269원이 적용되고 콜비 2,000원이 자동 추가되는 반면, 일반적인 내비게이션 앱은 100m당 약 100원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한 관광지를 향한 해결책 모색
울릉도 관광업계는 개별 사례가 누적되면서 지역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택시의 경우 울릉도만의 특수 요금 구조를 사전 고지하는 한편, 업계 전반에 걸쳐 관광객과의 접점을 개선하고 요금과 서비스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9월에는 썬플라워호의 운항 중단도 예정되어 있어 교통 접근성 불안까지 더해진 상황입니다. 이러한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울릉도는 관광지로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결국 울릉도의 택시 바가지 논란은 단순히 개별 기사나 업체의 문제를 넘어서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사안입니다. 투명한 요금 안내 시스템 구축, 관광객 대상 사전 정보 제공 강화, 그리고 무엇보다 관광 서비스업 전반의 의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울릉도가 아름다운 자연경관만큼이나 따뜻한 서비스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