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확산되는 중국인 노조 – 전국총공회와 해외 노동조직의 새로운 양상

중국공산당의 집권과 함께 발달한 중화전국총공회(ACFTU)는 세계 최대 규모의 노동조합으로 성장했습니다. 3억 명이 넘는 조합원을 보유한 이 거대 조직이 최근 새로운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진출 중국인 노동자와 플랫폼 경제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중국 노동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중화전국총공회는 2025년 말까지 긱 노동자 1천만 명을 조합원으로 모집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직화 전략은 중국 내부만이 아니라 해외 거주 중국인 노동자들에게도 확대되고 있어 각국의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3억 조합원을 보유한 거대 노조의 실체

중화전국총공회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노동조합 연맹입니다. 2024년 기준으로 3억 명이 넘는 조합원과 280만 개의 풀뿌리 조합을 거느리고 있으며, 2023년에만 100만 건 이상의 단체협약을 체결해 1억 명의 노동자에게 적용했습니다. 이는 전체 중국 노동자의 약 40%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중국의 노조화가 중국공산당의 강력한 지원 하에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동조합은 중국 당-국가 체제의 일부로 기능하며, 중국공산당이 중화인민공화국 노동조합법과 각종 정책문서를 통해 가장 큰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기업 단위에서는 각 기업별 노조가 해당 기업 공산당 위원회의 지도하에 활동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노조는 서구식 노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단체교섭 사례 연구에 의하면 중국 기업의 단체협약은 대체로 법정 최저 노동기준을 그대로 반복하는 형식적인 문서인 경우가 많으며, 실질적인 노동자 권익 보호보다는 사회 안정 유지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 내 중국인 노동자 34만 명의 조직화 가능성

한국 내 외국인 노동자 현황을 살펴보면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합니다. 2024년 5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는 총 101만 명이며, 이 중 중국 국적 노동자는 약 34만1000명에 달합니다. 이는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약 34%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인 체류자는 총 95만8959명으로 전체 체류외국인의 36.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건설업 분야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84%가 중국동포일 정도로 특정 업종에서의 집중도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규모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조직화된다면 한국의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건설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중국인 노동자 밀집 업종에서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노란봉투법과 외국인 노동자 노조 결성의 새로운 지평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중국인 노조 결성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특수고용형태종사자, 자영업자 등 노조법상 근로자가 아닌 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고 있어, 각기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도 노조를 결성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서울 구로구의 섬유공장 중국인 노동자, 경기 시흥의 금속부품공장 중국인 노동자, 부산의 음식점 중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이 달라도 실질적으로 임금 소득을 얻는 ‘근로자’라면 함께 노조를 결성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고용 형태가 정규직이든, 일용직이든, 하청이든, 프리랜서든 상관없이 노조 규약으로 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전문가들은 노조 규약에 ‘대한민국 내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외국인 근로자’와 같이 정하면 전국 단위의 중국인 노조 결성도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사업장별 노조 결성 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조합 조직화를 의미합니다.

통일전선공작과 해외 중국인 조직 활용 전략

중국인 노조 결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에는 중국공산당의 해외 통일전선공작이 있습니다. 중국공산당은 통일전선부를 중심으로 재외 중국인 단체, 동포사회, 기업가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해외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공자학원과 중국학생학자연합회(CSSA)가 거론됩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세계 각지에 설립한 중국어 교육 및 중국 사상·문화 홍보 기관으로, 2004년 한국 강남에 세계 최초 해외지점을 설치한 이후 현재 전 세계에 541개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자학원의 초대 총책임자가 1990년대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 조직을 이끌었던 류옌둥이라는 점을 들어 통일전선공작의 일환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체제 하에서 통일전선공작부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됐습니다. 해외 활동으로는 공자학원 자금 지원, 반체제 인사 위협, 해외 중국인들에게 중국 정부 정책 지지 유도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을 통한 새로운 영향력 확산 루트

이러한 맥락에서 해외 중국인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은 중국공산당에게 새로운 영향력 확산 루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특히 노동조합이라는 합법적 조직 형태를 통해 해당 국가의 노사관계와 정치·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중화전국총공회는 이미 해외 중국 기업과 중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노사발전재단과 중화전국총공회는 2019년부터 21주년을 맞는 정기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의 노동분야 국제교류 발전과 협력을 추진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진출 우리기업의 노사관계안정 지원뿐만 아니라 한국 내 중국인 노동자 권익 보호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중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해외 진출 배경

중국인 노동자의 해외 진출 확산과 노조 결성 움직임을 이해하려면 중국 내부의 노동시장 변화를 살펴봐야 합니다. 2025년 중국 노동시장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시장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임금수준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노동시장으로 7억 7천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중 30% 미만만이 소득세와 기타 소득 관련 세금을 납부할 만큼의 노동보수를 얻고 있습니다. 2024년 1인당 월간 가처분 소득의 중윗값은 3,268위안으로 한국 소득수준의 약 15%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더욱이 2024년에는 8,400만 명이 플랫폼 기업을 통해 차량호출 운전기사, 택배, 음식 배달, 인터넷 인플루언서 등으로 일했고, 2억 4천만 명이 넘는 이들이 유연고용에 종사했습니다. 공식경제에서 일자리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긱 일자리는 농민공뿐만 아니라 도시 청년과 대학 졸업생에게도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해외 진출의 불가피성과 조직화 필요성

이러한 중국 내부의 어려운 노동시장 상황은 중국인 노동자들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시키고 있습니다. 2024년 도시지역 청년실업률은 17.1%를 기록했고, 노동참여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20년을 기점으로 한국보다 낮아진 상태입니다.

중국 정부는 정년을 60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년 연장의 즉각적인 효과로 노동시장에 노동이 과잉공급되고 노동소득 수준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중국인 노동자가 더욱 늘어날 것임을 시사합니다.

해외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현지에서 권익을 보호받기 위해 노조 결성에 나서는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화전국총공회의 해외 중국인 노동자 조직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각국의 대응 방향과 향후 전망

중국인 노조의 확산은 각국 정부와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55%는 노란봉투법이 경영상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한국에서의 철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중국인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건설업계의 경우 노조 결성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건설현장 외국인의 84%가 중국동포인 상황에서 이들이 조직화된다면 건설업계 전반의 노사관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균형잡힌 접근의 필요성

전문가들은 중국인 노조 문제에 대해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마땅히 권익을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노조 결성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노조 활동이 순수한 근로자 권익 보호 목적인지, 아니면 다른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어 있는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각국 정부는 외국인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 보호와 국가 안보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투명한 노조 운영과 활동 내역 공개, 외국 정부나 조직과의 연관성 점검 등을 통해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화전국총공회의 해외 확장과 중국인 노동자 조직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대한 각국의 대응 방식이 향후 국제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과 국가 간 건전한 경제협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지혜로운 해법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중국인 노조의 급속한 확산은 단순히 노사관계의 변화를 넘어 국제정치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정당한 권익은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