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있는 점이 점점 커지거나 모양이 변한다면 단순한 피부 변화가 아닐 수 있습니다. 흑색종은 피부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피부암 중 사망률의 70%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흑색종 환자가 1999년 217명에서 2021년 688명으로 3배 이상 증가하며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닌 상황입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70~97%의 높은 생존율을 보이지만, 전이된 경우 5년 생존율이 30%까지 떨어지기에 빠른 발견과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흑색종이란 무엇인가
흑색종은 피부에서 색소를 생성하는 멜라닌 세포가 악성으로 변한 종양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피부에서 색소가 새로 작게 성장하여 시작되며, 3건 중 약 1건은 기존에 있던 점에서 발생합니다. 백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표재 확산 흑색종은 자외선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의 경우 주로 손·발바닥이나 손발톱 주위에 발생하며 유전적 요인도 관련이 있습니다.
발생 원인과 위험 요인
흑색종의 정확한 발생 원인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전적 요인과 자외선 노출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특히 어릴 때 화상을 입을 정도로 강한 햇빛에 짧은 시간 동안 노출되거나, 여름철마다 반복적으로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는 경우 위험도가 높아집니다. 금발과 푸른 눈을 가진 사람, 가족력이 있는 경우, 장기간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흑색종의 특징적 진행 양상
흑색종은 처음에는 작은 검은 점처럼 보이지만 점점 불규칙한 형태로 커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부분 통증과 가려움 같은 자각 증상이 없어 육안으로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진행되면 혈액이나 림프를 통해 신체 다른 기관으로 전이될 수 있으며, 특히 뇌와 척수로의 전이는 주요 사망 원인이 됩니다. 림프절과 장기까지 전이된 3~4기의 경우 예후가 급격히 나빠집니다.
ABCDE 자가진단법으로 흑색종 구별하기
흑색종을 일반 점과 구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ABCDE 진단법입니다. 이는 비대칭성, 경계, 색조, 직경, 변화라는 5가지 관찰 포인트의 영문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의심스러운 피부 병변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
A: 비대칭성(Asymmetry)
일반적인 점은 중심점으로부터 균등하게 성장하기 때문에 좌우가 대칭입니다. 반면 흑색종은 작은 점으로 시작해 점점 비대칭으로 커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점을 중심선으로 나눴을 때 한쪽과 다른 쪽의 모양이 다르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B: 경계(Border)
일반 점은 가장자리가 매끄럽고 주변 피부와 경계가 명확합니다. 흑색종은 가장자리가 불규칙하고 톱니 모양을 보이거나, 주변 피부와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C: 색조(Color)
일반 점은 한 가지 색으로 균일하게 나타납니다. 흑색종은 한 병변 내에서도 갈색, 검은색, 붉은색, 흰색 등 여러 색상이 섞여 나타나는 다양한 색조 변화가 특징입니다.
D: 직경(Diameter)
직경이 6mm 이상인 점은 흑색종을 의심해야 합니다. 연필 지우개보다 큰 점이 갑자기 생기거나, 기존 점이 커지면서 이 크기를 넘어선다면 검진이 필요합니다.
E: 변화(Evolution)
기존에 없던 점이 갑자기 생기거나, 점의 크기, 두께, 색상, 질감이 변하는 것은 중요한 경고 신호입니다. 궤양이나 출혈이 생기거나, 계속해서 가렵고 아픈 증상도 의심 대상입니다. 발바닥의 티눈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자라거나 색이 변하는 경우도 흑색종을 의심해야 합니다.
언제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가
ABCDE 법칙에서 하나라도 해당되는 증상이 있다면 피부과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손·발바닥이나 손발톱 주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부위에 새로운 점이 생기거나 변화가 관찰되면 즉시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
흑색종은 침범 두께가 1mm 이하인 얇은 피부 흑색종일 때 생존율이 94.2%에 달합니다. 두께가 0.8~1.0mm이면 생존율이 87.8%로 떨어지며, 1~2기에 진단된 경우 70~97%의 높은 생존율을 보입니다. 그러나 3기로 진행되면 생존율이 절반 가까이 낮아지고, 림프절과 장기까지 전이된 4기는 5년 생존율이 30%에 불과합니다. 두께 0.2mm 차이로도 생존율이 달라지기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진단 절차
의심되는 병변이 있으면 피부과 전문의는 생검을 시행합니다. 크기 확대, 색이 짙어짐, 염증, 얼룩 같은 색깔 변화, 출혈, 가려움, 압통, 통증과 같은 변화가 있으면 흑색종일 가능성이 있는 경고 징후입니다. 생검으로 확진된 경우, 수술 전 영상 검사나 감시림프절 생검으로 전이 여부를 판단합니다.
흑색종의 치료 방법
흑색종의 치료는 병기와 전이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조기 진단을 통해 병변을 완전 절제하는 것이 치료의 근본입니다.
수술적 치료
수술은 흑색종의 가장 보편적이고 확실한 치료 방법입니다. 피부에 발생한 병변은 침범 두께에 따라 절제 범위가 달라지며, 병변뿐 아니라 주위의 정상 조직을 포함하여 제거합니다. 흑색종이 1mm보다 두꺼우면 종양이 전파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 국소림프절을 함께 절제할 수도 있습니다. 전이가 확인된 경우에는 해당 부위의 모든 림프절을 제거하는 완전림프절제거술을 동시에 시행합니다.
방사선 치료
방사선 치료는 엑스레이를 사용하여 암세포를 죽이고 암의 성장을 막으며, 단독으로 사용하거나 수술 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흑색종이 피부나 림프절에 재발한 경우, 의사는 방사선 치료를 하여 종양을 줄이거나 제거하고 먼 부위로의 전이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면역 요법과 항암 화학 요법
면역 요법은 흑색종 치료에 혁명을 일으켰습니다. 면역관문억제제와 같은 약물은 환자 자신의 면역 체계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돕습니다. 수술로 원발 부위의 병변을 모두 제거한 이후라도 필요에 따라 항암 화학 요법 및 인터페론 같은 생물학적 제제 등의 추가 치료가 필요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흑색종 예방을 위한 실천 방법
흑색종을 비롯한 피부암 예방의 핵심은 자외선 차단입니다. 자외선은 피부에 누적되므로 어려서부터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자외선 차단제 올바르게 사용하기
자외선 차단 지수(SPF)가 최소 30인 자외선 차단제를 외출 30분 전에 바릅니다. 수영 또는 땀을 흘린 후 2시간마다 자외선 차단제를 다시 바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태양 광선이 가장 강하므로 이 시간대에는 그늘을 찾거나 실내에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의복과 생활습관으로 차단하기
자외선 차단제 이외에도 옷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소매 있는 옷, 긴 바지, 얼굴과 목과 귀를 가릴 수 있는 모자를 착용합니다. 태양이 가장 강한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에는 가능한 한 야외 활동을 피하거나 자외선 차단 의류를 착용합니다.
정기적인 피부 관찰
자신의 피부를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자가 검진이 중요합니다. 거울을 이용해 몸 전체의 점과 피부 변화를 확인하고, ABCDE 법칙을 기억하여 의심스러운 병변이 있으면 즉시 피부과 전문의의 검진을 받습니다. 손·발바닥이나 손발톱 주위처럼 잘 보이지 않는 부위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점이 커지면 무조건 흑색종인가요?
점이 커진다고 무조건 흑색종은 아닙니다. 일반 점도 성장 과정에서 크기가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빠르게 커지거나, ABCDE 법칙에 해당하는 비대칭성·불규칙한 경계·다양한 색조·6mm 이상의 직경·지속적인 변화가 관찰된다면 흑색종을 의심하고 피부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흑색종은 얼마나 빨리 전이되나요?
흑색종의 전이 속도는 개인차가 있으며, 종양의 두께와 침범 깊이에 따라 다릅니다. 흑색종은 주변 림프절로 먼저 전이되며, 진행되면 혈액이나 림프를 통해 뇌, 척수, 간, 폐 등 다른 기관으로 전이될 수 있습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전이 가능성이 낮아지므로 의심 증상이 있다면 즉시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존 점을 제거하면 흑색종을 예방할 수 있나요?
기존 점을 예방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흑색종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흑색종의 약 3분의 2는 정상 피부에서 새로 발생하며, 3분의 1만 기존 점에서 생깁니다. 중요한 것은 점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자외선 차단과 정기적인 피부 관찰입니다.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함부로 제거하지 말고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손발바닥의 점은 왜 위험한가요?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손·발바닥이나 손발톱 주위에 흑색종이 주로 발생합니다. 이 부위는 눈에 잘 띄지 않아 발견이 늦어지기 쉽고, 티눈이나 사마귀로 착각하여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바닥의 티눈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자라거나 색이 변한다면 흑색종을 의심하고 즉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흑색종 치료 후에도 재발할 수 있나요?
흑색종은 치료 후에도 재발할 수 있습니다. 수술로 원발 부위를 완전히 제거한 후에도 림프절이나 다른 부위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추적 관찰이 필요합니다. 재발한 경우 방사선 치료나 면역 요법, 항암 화학 요법 등의 추가 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검진과 피부 관찰로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얼마나 자주 발라야 하나요?
자외선 차단제는 외출 30분 전에 바르고, 2시간마다 다시 발라야 합니다. 수영을 하거나 땀을 많이 흘린 경우에는 더 자주 발라야 효과적입니다. SPF 30 이상의 제품을 사용하며, 얼굴뿐 아니라 노출되는 모든 피부 부위에 꼼꼼히 바릅니다. 흐린 날이나 겨울철에도 자외선은 존재하므로 일년 내내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도 흑색종에 걸릴 수 있나요?
어린이도 흑색종에 걸릴 수 있지만 매우 드뭅니다. 그러나 어릴 때 화상을 입을 정도로 강한 햇빛에 노출되면 성인이 되어 흑색종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자외선은 피부에 누적되므로 어려서부터 자외선 차단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에게도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모자와 긴 옷으로 피부를 보호해야 합니다.
마무리
흑색종은 조기에 발견하면 높은 생존율을 보이지만, 전이되면 치명적인 질환입니다.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하세요.
- ABCDE 자가진단법으로 정기적으로 피부를 관찰하고, 의심 증상이 있으면 즉시 피부과 검진을 받습니다
- 자외선 차단 지수 30 이상의 차단제를 사용하고, 2시간마다 다시 바르며, 모자와 긴 옷으로 피부를 보호합니다
- 손·발바닥이나 손발톱 주위에 새로운 점이 생기거나 변화가 관찰되면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오늘부터 거울 앞에서 자신의 피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을 시작해보세요. 작은 관심이 생명을 지킬 수 있습니다.